드디어 결실 맺은 ‘군사경찰’의 꿈…헌병 명칭은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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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이라는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겠다는 군 당국의 구상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다. 2018년 발표된 이 계획은 법제처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해 1년 넘게 난항을 겪어왔다.

헌병 완장을 차고 있는 현역 군인. [중앙 포토]

헌병 완장을 차고 있는 현역 군인. [중앙 포토]

5일 국방부에 따르면 헌병 병과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날(4일) 관보에 고시됐다. 이로써 병과 창설 72년 만에 헌병이라는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일제 강점기에 유래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업무 성격을 명확히 하는 등 조직 쇄신을 위한 취지를 담았다”는 게 군 당국의 명칭 변경 이유다. 군 당국자는 “헌병은 일본 제국주의 강점 통치에 앞장섰던 일본 켄페이타이(憲兵隊ㆍ헌병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사에서 헌병 명칭은 대한제국 시절인 1900년 ‘육군헌병조례’에 따라 헌병대와 헌병사령부가 만들어졌을 때 처음 등장했다. 건국 후에는 1948년 12월 15일 헌병 병과가 창설됐다.

100년 가까이 사용된 헌병 명칭을 없애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방부는 2018년 11월 해당 내용이 담긴 군 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법제처 심사를 마치지 못해 표류를 거듭했다. 법제처의 논리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고치기 위해선 군사법원법 등 상위 법률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군 당국은 법률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로 눈을 돌려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달 28일 국무회의 의결 거치면서 명칭 변경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군 관계자는 “헌병 명칭 변경은 지난해 국회 파행이라는 위기를 딛고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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