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미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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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근교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노태우 대통령은 l6일 오후 3시 10분쯤 (현지시간) 헬리콥터 편으로 워싱턴기념탑 앞 광장에 도착해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내외로부터 영접을 받으며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로 직행.
노 대통령내외가 헬리콥터에서 내리자 베이커 국무장관내외는 환한 웃음을 띠며 반갑게 맞았고, 특히 베이커 국무장관 부인은 김옥숙 여사에게 꽃다발을 주며 환영.
노 대통령내외는 미 육·해·공군 의장병이 도열한 가운데 워싱턴기념탑 쪽으로 향하다 내·외신 사진기자들 앞에 이르자 베이커 국무장관내외와 함께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베이커 국무장관의 안내를 받아 백악관 후문 맞은 편에 있는 블레어하우스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윌리엄스버그를 출발한 후 30분만인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출영 나온 6백 여명의 교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미 대통령 특별기 편으로 앤드루스 공항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피츠제럴드 미 국무부 의전차장의 기상 영접을 받고 트랩을 내려와 도열해 있던 솔로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그래그 주한 미 대사, 로하치 기지사령관등 환영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교환.
특별기 밖으로 노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날 때부터 『와』하는 함성과 함께 만세를 불렀던 교민들은 노 대통령이 환영대열 앞으로 다가오자 『우리 대통령 만세』 『노태우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고 노 대통령은 손을 높이 들어 인사.
특히 환영교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노 대통령의 손을 잡고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노 대통령도 끝내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가워서 눈물이 납니다』며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는 모습을 보이기도.
○…16일 오후(한국시간 17일 오전) 워싱턴시내 옴니쇼람 리전시호텔 리전시볼룸에서 열린 교민 초청 리셉션에는 워싱턴·뉴욕·시카고 등 미 동북지역교민 1천2백 여명이 참석, 대성황.
노 대통령은 교민환영위원회 위원장인 오석봉 워싱턴 한인회장이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연 노 대통령께서 민족의 웅비를 바라보는 2000년대를 위해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환영사를 하자 간이연대에 올라 예정보다 10분이나 긴 20여분간에 걸쳐 즉석 답사.
노 대통령은 『이제 조국은 과거처럼 독재나 긴급조치, 인권이 어떻다하는 것은 모두 옛 얘기가 되어버렸다』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나의 엄숙한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왔고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고 다짐.
노 대통령은 또 『북한은 지금 문을 열고 있지만 나는 그 문이 열릴 때까지 끈질기게 두드릴 것이며 결국 문을 열 것으로 확신한다』며 『나는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대통령, 통일의 길을 여는 대통령, 번영된 조국을 건설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
노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모두 21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한 교민 참석자는 연설도중 『대통령각하, 지금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소신껏 밀어나가 주세요』라고 고함을 질러 경호관계자들이 한때 긴장.
【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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