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강남아파트 1억 갭투자한 20대 꼼수···임차인은 부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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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 20대 A 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10억원을 주고 샀다. A씨가 실제로 갖고 있었던 돈은 1억원이었다.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4억5000만원을 빌리고, 전세금 4억5000만원으로 메웠다. 임차인은 부모님이었다. 즉 10억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9억원을 빌린 셈이다.

국토부 등 합동조사팀 2차 조사 결과 #1333건 이상 사례 중 절반 이상 #편법ㆍ불법 증여 의심, 국세청 통보

#소매업을 하는 B 회사는 지난해 7월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25억원에 샀다. 법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비용의 상당수를 보탰다. 상호금융조합으로부터 아파트를 담보로 19억원가량대출받은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ㆍ금융위원회ㆍ서울시ㆍ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합동조사팀이 2차 부동산 실거래 조사를 펼친 결과 나온 편법ㆍ불법 증여 및 대출 의심 사례다. 지난해 8~9월 실거래분을 조사해 발표한 1차 조사에 이어 10월 실거래 신고된 건수를 더해 총 1333건의 이상 사례를 조사했다.

그 중 A 씨처럼 편법ㆍ불법 증여 사례로 의심되는 건수는 670건으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임대보증금 형태로 편법 증여하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시세 17억 상당의 서초구의 아파트를 12억원에 팔며 증여세를 탈루하는 수법이 많았다. 국세청은 조사를 거쳐 탈세 부분에 대해 과세할 방침이다.

또 B 회사와 같은 편법ㆍ불법 대출 사례도 94건 적발해 현장확인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사를 거칠 예정이다. 대출약정 위반일 경우 대출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투기지역에서는 주택 취득 목적으로 기업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번 조사 결과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에서 편법ㆍ불법 사례가 많았다. 국세청에 통보된 670건 중 40%(267건), 금융위원회ㆍ행정안전부 조사에 나선 94건 중 66%(62건)에 달한다. 지역별로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서 적발 건수가 가장 많았다.

서울 부동산 편법 증여·대출 통보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서울 부동산 편법 증여·대출 통보 건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1차 조사 결과 자금출처와 변제능력이 분명하지 않은 탈루혐의자 101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23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2차 조사에서 적발된 사례 역시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하면 과태료 최대 3000만원, 탈세 의심 사례는 국세청 조사를 거쳐 과세, 대출규정 위반은 대출 회수 등의 강력히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21일부터 부동산 실거래에 대해 더 강력한 단속에 들어간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으로 지자체만 갖고 있었던 실거래 조사 권한을 국토부가 갖게 되면서다.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설치해 실거래 조사와 불법행위 수사를 전담하는 팀을 꾸린다. 다른 기관 파견을 포함해 10~15명 내외로 꾸려진다. 또 한국감정원에 40여명 규모로 실거래상설조사팀을 만든다.

이에 따라 이번 실거래 조사에서 서울지역만 대상으로 했던 것에서 21일부터 서울ㆍ과천ㆍ세종ㆍ하남 등  투기과열지구 전체를 조사한다.

또 3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전국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 지역 3억원 및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거래’로 확대되면서다.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을 거래할 경우 실거래 신고와 동시에 바로 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포함해 이를 뒷받침할 증빙서류를 최대 15종가량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 과장은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신고 시점에서 제출된 증빙자료를 직접 검증해 이상 거래 여부를 바로 파악해 편법ㆍ탈법에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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