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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종 코로나 대책 보완 시급한데 여당 자화자찬할 때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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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3일 0시 기준 361명으로 급증하면서 2003년 사스(SARS) 사태 당시의 인명 피해 규모(중국 본토 기준 349명)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 속도와 피해 규모가 사스 때를 능가한 만큼 우리 정부는 우물쭈물하다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한 박자 빨리 강력한 선제 대책을 계속 내놓아야 한다.

후베이성 밖에서 확진자 40% 발생 #환자 많은 5개 성 입국금지 확대해야 #이해찬 “대책 적절” 평가는 부적절

진원지인 중국 상황은 갈수록 위태롭다. ‘사스 국민 영웅’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신종 코로나가 상승기에 있어 국지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2주일 동안 절정에 이를 것으로 판단되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연장됐던 춘절(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나 가면서 오는 8~10일 중국 철도 이동 인구가 최대로 몰리면 전염병 확산 통제에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4일 0시부터 후베이성 여행 외국인들의 입국 제한을 시작했다. 하지만 후베이성 외부에서 전체 확진자의 40%가 넘게 나왔기 때문에 이번 입국 제한 조치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에서 3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성은 저장·광둥·허난·후난·안후이 등 6개 성이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우한 밖의 중국 대도시 중에서) 감염 위험이 높은 항저우·광저우·정저우·창사·난징 등 상위 5개 도시 여행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자”고 추가 대책을 제안했다. 정부가 새겨들을 대목이다.

그제 발표한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또 다른 빈틈도 보인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여권에는 출입국 국가만 명시되고 해당 국가 내부에서 이동한 경로는 기록되지 않아 출입국 관리 직원은 자세한 이동 상황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국 제한 대상 지역을 더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가 방역 매뉴얼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일본에서 입국한 12번 확진자(중국인 관광 가이드)의 경우 일본 정부가 중국에만 통보하는 바람에 한국 정부가 열흘 동안 몰랐다. 보완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 “입국 제한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경제보다 국민 안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정부의 종합대책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여행경보 상향 조정과 우리 국민의 관광 목적 중국 여행 금지를 발표했으나 불과 4시간 만에 확정이 아니라 검토 중이라고 급히 수정했다. 부처 간에 논의도 끝나지 않은 설익은 대책을 불쑥 내놓아 혼선과 불신만 키웠다가 결국 공개 사과했다. ‘친중 정부’라는 비판을 받아 온 현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정작 우리 국민 보호 대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7만 명이나 되는 중국인 유학생 대책은 중국 눈치 보지 말고 강단 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처럼 정부의 대응은 발생 초기부터 늑장 대응, 감시 누락, 부처 간 혼선, 우왕좌왕 대처 등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자화자찬했다. 여당은 정부의 정책 미비로 국민이 엄청난 불안과 불편을 겪는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게 여당이 지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