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정기 인사가 손혜원·김성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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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 [뉴스1]

“판사님, 괜찮으시다면 다음 기일에는 좀 덜 중요한 증인을 불러도 될까요?” (변호인)
“그렇게 하세요. 선고를 하게 되는 판사가 중요한 증인을 보는 게 맞으니까요.”(판사)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재판에서 손 의원 측 변호인과 담당 판사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변호인이 ‘덜 중요한 증인’을 부른다는데 판사는 “다른 재판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허가했다.

판사 변경될 가능성 큰 손혜원 재판

매해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1월~2월 초 재판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법원에 2년 이상 머무른 판사들은 인사가 나 다른 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손 의원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의 재판을 담당하는 박찬우 판사도 인사 대상자다. 2월 이후에는 손 의원의 사건도 다른 판사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 판사는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총 6번의 손 의원 재판을 진행했다. 박 판사가 본 증인만 11명이다. 하지만 박 판사의 인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음 기일인 다음달 10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증인을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박 판사는 “확실하진 않지만 인사가 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선고를 해야 하는 판사가 중요한 증인을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른 재판에서도 인사를 앞두고 증인들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관 인사 이동, 변호 전략의 일부"  

판사가 바뀌면 선고 내용도 바뀔까. 업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피고인을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판사의 이동도 변호 전략의 일부다. 구재일(법률사무소 다정) 변호사는 “전 판사가 인정해 주지 않았던 변론이나 증인을 새로 온 판사가 인정해주는 것과 같이 판사가 바뀔 때마다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하는 입장에서 이맘때쯤 사건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판사가 바뀔 때까지 재판을 끌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판사가 바뀌기 전에 서둘러 끝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판사 변경이 손 의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지난 13일 일부 방청객들은 “판사님,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손 의원 측의 한 방청객은 “이번 판사님이 증인들 이야기도 잘 경청해주고 좋은 판결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손 의원 재판에서 주요 증인을 나중에 부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새로운 판사는 이전에 진행된 재판 절차나 증거 조사 결과를 철저하게 인수인계해서 피고인과 검찰 모두 예측 가능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 인사·총선' 항소심 늦춰질 김성태 "운 좋다" 

한편 판사의 변경과 별개로 2월 법관 인사가 ‘호재’가 된 케이스도 있다. 최근 뇌물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딸의 채용과 관련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인 21일 항소장을 제출했는데 아직 항소심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법관 인사 시기를 고려하면 3월 이후에 첫 기일이 정해질 텐데, 김 의원은 총선까지 겹쳐 정식 재판은 4월 말~5월 초에나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물론 총선 결과와 항소심 결과는 별개지만, 업계에서는 “김 의원이 운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구 변호사는 “보통 재판장의 인사이동이 예상되는 경우 항소심 기일을 3월이나 4월로 잡는 게 일반적”이라며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넉넉해지니 좋은데, 김 의원 입장에서는 무죄를 받은 상황에서 총선까지 치를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후연·박건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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