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불똥…北, 개성 연락사무소 폐쇄 이어 금강산 대화도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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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2008년 관광이 중단되자 북측이 동결·몰수 해 방치한 건물이다. 북한이 ‘2월 철거’를 통첩했지만 정부는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의 관광을 추진 중이다.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고 있다. 2008년 관광이 중단되자 북측이 동결·몰수 해 방치한 건물이다. 북한이 ‘2월 철거’를 통첩했지만 정부는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의 관광을 추진 중이다. [AP=연합뉴스]

남북한 당국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잠정 폐쇄에 이어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논의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우한폐렴 여파로 남북관계 ‘올스톱’되나

여상기 통일부 공보담당관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밤 11시쯤 북한이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로 연결된 팩스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 명의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전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남북은 전날 개성 연락사무소 잠정 폐쇄에 따라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 및 팩스 각각 1대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여 공보담당관은 “서울 쪽 직통전화는 정부서울청사 내 마련됐다”며 “어제 오후 10시30분쯤 시험통화를 거쳐 연결 상태를 확인했고, 이어 11시에 북측이 팩스를 보내와 금강산지구 철거 일정 연기를 알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금강산 남측 시설을 올해 2월 기한으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 연기 통보에 대한 정부의 답신을 묻는 질문에 여 공보담당관은 “북한의 통지문을 접수했다”고만 말했다. 추후 관련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 금강산 내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금강산 내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고성 온정리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현재로선 북한이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뿐, 남북 간 입장 차이가 조율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23일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뒤 정부에 금강산 시설 철거를 문서교환 방식으로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정부는 대면 협의와 일부 시설 정비 입장을 고수해 세 달 넘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잇따라 남측시설을 독자적으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를 놓고 30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뒤 개성 연락사무소 폐쇄에 이어 금강산 시설 철거 논의까지 중단하자고 요청했다. 북한은 전날엔 신종 코로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개성 연락사무소 가동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서란 이유를 댔지만 그나마 이어왔던 남북간 대화 채널을 끊는 모양새다. 향후 대남 무시 전략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안도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지 않게 돼 당장의 걱정은 덜었지만 남북 간 대화 동력이 사그라들 수 있어서다. 특히 대북 개별관광 등 청와대가 올해 추진하려던 남북 협력사업은 최소한 상반기에는 성사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인력을 태운 차량이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통과하고 있다.〈br〉  통일부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현재 개성연락사무소에 상주 중인 남측 인력은 58명(당국자 17명·지원인력 41명) 전원이 철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인력을 태운 차량이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통과하고 있다.〈br〉 통일부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현재 개성연락사무소에 상주 중인 남측 인력은 58명(당국자 17명·지원인력 41명) 전원이 철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상시 연락채널을 통해 남북 간 소통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여 공보담당관은 “남북은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를 통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락체계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며“남북 간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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