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야 공조 속|5공 총선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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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감사가 끝나고 국회본회의가 시작되면서 5공청산 문제가 정치권의 절박한 해결과제로 다시 다가왔다.
여야모두 어떻게든 금년 안에 이를 끝장내지 않고는 어렵다고 판단, 서두르고 있어 이번국회의 최대현안으로 등장한 셈이다.
3당 공조를 회복한 야권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오고 있고, 이에 민정당 측은 표면적으로는 반발의 강도를 더하고 있어 심각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평민·민주당 측은 11초까지 정부·여당의 5공청산 의지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예산안처리와 연계투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기택 민주당총무는 예결위원장을 야당 측이 맡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김원기 평민당총무는 ▲예산안 연계투쟁 ▲범 국민서명 운동 ▲내년 봄의 중간평가 등 단계적 대응방침을 내놓고 있다.
민정당 측은 야권의 요구를 그대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버티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여의치 못하면 다시 강성대응으로 나올 분위기여서 여야합의에 의한 해결은 어려운 형국이다.
정호용 의원 공직사퇴와 전두환·최규하 전직대통령의 국회증언 요구에 대해 여론재판이라고 반발하고 정 의원의 국회고발과 백담사 방문증언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야당의 요구와 여권내부 사정 사이엔 워낙 큰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야3당의 요구가 돼버려 민정당은 기존 입장대로라면 일방결정을 선언하든지,「미해결」로 넘기든지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더구나 19일의 야3당 총재회담에선 5공 청산의 연내종결을 위한 노 정권의 결단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절실하게 요구하고 나설것으로 보여 민정당의 신축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3김 회담은 5공 청산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다지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민정당이나 야당 측은 여야 중진회의가 당초 16일 예정보다 늦춰져 결국 야3김 총재회담 이후라야 본격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야당 측은 전씨 증언의 시간표 등을 제시해 여당에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번 여야중진회의 때 4당은 1회 서면질의와 각 당1명씩 보충질의, 그리고 증언의 녹화중계에 합의한바 있어 야당 측은 이를 확인하고 11월초 질문서 발송, 백담사 측의 준비, 그리고 11월말, 12월초의 증언순서로 5공 해결 일정을 짜고있다.
야권은 핵심인사처리 문제가 계속 엉거주춤하면「선 증언」으로 몰 생각이나 민정당 측이 일괄타결을 고집할 것이어서 정 의원 문제의 해답이 없을 경우 증언 스케줄의 확정도 별 의미가 없게되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중진회담도 11월말로 예상되는 예산안 연계투쟁 때까지 명분축적과 시간 벌기 이상의 의미는 갖기 힘들다는 부정적 시각이다.
다만 이 같은 표면적인 분위기와 달리 야당내부에서는 5공청산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여야간 막후절충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증을 갖게 한다.
그 바탕을 이루는 게 야당 일각의 인식의 전환이다. 평민당이 9일 당직자 회의에서 들고나온 90년대「새 출발론」이 그런 맥락이다. 5공청산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지 않고는 정치권 모두가 국민에게 강한 불신을 받게된다는 공감대 아래 90년에 가서는 더 이상 청산문제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내년으로 넘길 경우 노 정권과 민정당은 정치력 부재와 민주화의지 부족이라는 비판에 부닥칠 것이고 야권 역시 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세대교체 론이나 야권통합 주장이 명분을 얻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서로 느끼고 있다.
평민당 측에서 9일『5공 청산의 연내마무리와 내년에는 새 출발, 민족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고 결의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물론 5공 청산이 안 될 경우 중간평가로 노 정권의 진퇴를 결정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안 될 경우의 대비보다 청산 쪽에 비중이 실려있다.
서경원 사건으로 공안정국이 한창이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 지자제선거까지 5공 문제를 끌고 가려고 했던 자세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청산 쪽에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것은 불가측의 정치상황에 대한 명분축적도 있겠지만 일단 타협·협상의 가능성을 엿보고 전략을 바꿨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 지난번 전격제의, 여권의 분열에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는「선 증언 후 핵심인사 처리 방안에서 후퇴, 일괄타결로 기우는 태도는 협상 쪽으로 한발 다가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원기 총무는『민정당이 5공청산은 끝났다고 외치다가 이제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으로 분위기가 돌아가는 것 자체가 야권에 자신감을 주고있다』며 최근 평민당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최영근 부총재는 한 발 더나가『우리의 요구가 최소한의 것이어서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과 낙관적 자세를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여권으로부터 해결가능성에 대한 어떤 간접적인 메시지가 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미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인 이달 하순에 야3당 총재와 개별회담을 추진 중에 있어 서로간의 불신해소를 위한 구체적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있다.
문제는 이「최소한의 요구」인데 야당 일각에서는 이것이 정 의원의 거취에 관한 문제를 타결 짓는 선에서 전씨 증언문제를 간단하게 넘기는 방안 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각도에서 접근하면 타결 가능할 것이라는 시사들이 평민·민주당 내부에 깔려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민정당이나 여권내의 시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민정당은 현재로선 그 어느 것도 확정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태다.<박보균 기자> @@박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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