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비례자유한국당 명칭 못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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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5 총선에서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쓸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1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비례○○당’이란 명칭으로 창당 절차를 밟고 있는 3개 정당(비례자유한국당·비례한국당·비례민주당)에 대해 불허키로 했다. 비례정당 카드에 선관위가 제동을 걸면서 한국당은 총선 전략을 일부 수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기존 정당과 유사명칭 사용 안 돼” #한국당 반발, 효력정지 가처분 검토 #“쓸 이름 많아…명칭 바꿔 계속 추진”

선관위는 ‘비례○○당’이 정당법 41조 ‘유사 명칭 등의 사용금지’ 규정에 어긋난다고 봤다.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3항)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날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비례○○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며 이 조항을 들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이 결정은 유권자들이 정당 동일성을 혼동해 의사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비례’는 사전적 의미만으로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로 보기 어렵다.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비례○○당’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 무분별한 정당 명칭의 선점·오용으로 유권자들의 혼란으로 선거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결정은 다수결로 내려졌다. 9명 중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추천인 김용호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이 이뤄졌다고 한다. 선관위는 찬반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선관위가 별다른 반대 의사 표시 없다가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차원의 불허 촉구 이후 이런 입장을 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선관위의 이날 결론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등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한국당은 명칭만 바꿔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비례정당 후보 이름은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보수통합이 논의 중인 만큼 ‘통합 신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기존 한국당에서 비례 후보를 담당하는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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