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호르무즈 파병 신중론 "한미 입장 반드시 같을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현지시간) 대국민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놓고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아적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아적고 있다. 임현동 기자

9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답변에서도 고심이 묻어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미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이 중동지역 나라와의 양자관계를 고려했을 때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우리는 이란과도 오랜 경제 관계를 맺어 왔고 지금으로선 인도적 지원과 교역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강 장관의 설명은 동맹국인 미국의 안보 공조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지만 이란과의 양자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강 장관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동참할 경우 이란이 한국군이나 한국국적 상선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강 장관은 이날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 항해 안전 등을 최우선으로 여러가지 옵션을 계속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도 수차례 반복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를 두고 “장관이 국민 보호 메시지를 내는 건 입장 변화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쪽으로 논의가 기울어졌던 것과 달리 최근엔 신중론이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 있는 우리 자산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계속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논의가 오고갔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진 청와대 제공]

향후 파병 여부는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중인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에서 윤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강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강 장관은 “회담이 이뤄지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도) 얘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