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만에 끝낸 현대차 신년회…정의선, 5년간 100조 투자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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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스타트업 창업가의 도전 정신을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여러분 한 분, 한 분 모두가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마인드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다각화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는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출발한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동화 시장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2025년까지 11개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 미·유럽·아시아에 법인 설립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 전기차의 경우 올해부터는 차량뿐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한다. 자율주행 분야는 미국 앱티브사와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2023년 상용화를 추진한다.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모빌리티 역시 미국·유럽·아시아에 법인을 설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 데뷔했다. 당시 완성차 생산 목표를 내놓지 않아 이목을 끌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완성차 목표 언급은 없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사업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근본적인 원가 혁신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완성차 사업은 권역별 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그룹의 밸류체인을 혁신하는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자동차 기반의 혁신과 더불어 로봇·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스마트시티 같은 영역의 기술개발과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외부의 다양한 역량을 수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 기술과 비전,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올해로 두 번째 신년회를 주재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에 비해 한층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여러분 떡국 드셨습니까? 저도 어제 아침에 떡국, 점심에도 떡국을 먹었습니다”고 말하자 좌중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유난히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던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회가 끝나고 바로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에 참석해야 해서 정장 차림”이라며 “놀랄 것 없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캐주얼 복장을) 입은 거고, 저는 제 목적대로 입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현대차그룹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차그룹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참석한 경험을 소개하며 “지휘자와 연주자가 어울려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내더라”며 “저도 지휘자만이 아니고, 여러분도 연주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지휘자와 연주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에 시작한 이날 신년회는 직원 소개 영상과 국민의례, 정 수석부회장의 신년사를 모두 포함해 12분 만에 끝났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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