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그만큼 경고했는데, 비례 전담 정당 만들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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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실물 크기의 1.3m짜리 투표용지를 꺼내 들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처럼 긴 투표용지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다.

“비례민주당 얘기도 나오고 있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3m짜리 가상 투표용지를 20대 총선 당시 투표용지와 비교하며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되면 비례를 노리는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100개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용지를 보며 “가장 짧은 것은 21개 정당이 나왔던 20대 총선 때 33㎝였다”며 “100개 정당을 가정하면 길이는 무려 1.3m다. 이게 내년 선거 날에 국민이 받게 될 투표용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터무니없는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혼란스러워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야합과 협잡으로 얼룩진 이 ‘4+1’ 협상은 이미 헌정 사상 최악의 야합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압박도 이어갔다. “아직 실무적으로 전혀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언제든지 출범시킬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지역구 의석이 없는 이른바 비례한국당이 나타날 경우 연동형으로 설정된 군소 정당 몫 비례 의석은 비례한국당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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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 당력에서 (비례한국당 창당을 위한) 발기인 200명 만드는 건 반나절, 당원 5000명 만드는 것도 하루 이틀인데 그게 뭐 대수냐. 우(友)당인 것 알려줄 수 있는 이름이면 명칭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중반 알바니아가 (유사한) 선거법을 채택했다가 1~2당이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5개 만들어 의석을 쓸어갔다”며 “그만큼 경고해도 어쩔 수 없는 길을 간다면 비례 전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우선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석수 축소가 뻔한 한국당으로선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꼼수’라는 비판에 대해 “이미 비례민주당 이야기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역공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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