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 반한 수능감독관, “맘에 든다” 사적 연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시험지. [연합뉴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시험지.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 중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든다”고 연락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감독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수 수능감독관 교사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감독 업무를 수행하던 중 수험생 B씨의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해 성명,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열흘 뒤 A씨는 B씨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사실 마음에 든다”는 등 메시지를 발송했다.

검찰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이라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씨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하면서도 A씨의 신분을 따져보면 이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와 ‘개인정보처리자에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일정 범위를 넘어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처리자는 교육부 또는 지방교육청으로 봐야 한다”면서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A씨는 수험생의 동일성 확인 등 수능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금지행위는 개인정보를 ‘누설 및 제공하는 행위’, ‘훼손ㆍ변경ㆍ위조 또는 유출 행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사건에서 해당하는 ‘이용’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런 사정만으로 처벌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정상 근무를 하고 있는 A씨에 대해 다음달 교원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지난해 A씨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 감사를 벌인 뒤 징계를 추진했으나 A씨가 1심 선고 후 징계위를 열어달라고 요구해 징계위 회부를 미뤄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