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위폐 확실한 증거 손에 쥐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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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이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수퍼노트'를 제조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23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위조지폐를 생산하기 위해 상당히 높은 가격에 스위스제 첨단 인쇄기와 특수 잉크를 들여왔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에따르면 위폐 전문가인 조지아 대학의 스티븐 교수는 내년부터 미국은 수억달러 상당의 조폐기를 통해 1백 달러 지폐를 새로 찍어내기 때문에 북한이 종전처럼 달러를 위조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주말 잡지판에서 북한의 초정밀 위조달러 사업에 대한 심층보도를 게재했다.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달러 위조 사업은 1989년 필리핀에서 일명 수퍼노트라고 불리는 1백 달러 짜리 초정밀 위조 지폐가 발견되면서 미국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다른 종류의 수퍼노트를 추가로 찾아낸 미국 정부는 이 위조지폐들이 모두 똑같은 장비와 재료를 사용해 한 곳에서 만들어졌음을 알아냈다.

이번 심층보도를 작성한 스티븐 밈 (Stephen Mihm)씨는 미국 조지아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있는데, 달러 위조의 역사에 관한 책 두 권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밈 교수에따르면 초기에 발견된 수퍼노트가 상당수 레바논과 이란 등 중동국가에서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국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밈 교수는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거래하는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만큼 이란이 수퍼노트를 북한에서 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퍼노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우선 북한 외교관들과 무역업자들이 위조달러를 소지하다가 적발된 사례들이 있었다는 데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밈 교수는 또 북한이 1989년 스위스에서만 생산되는 고가의 요판 인쇄기를 들여와 평양인근의 조폐공장에 설치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증명하는 다른 증거들도 확보했지만 비밀자료로 분류돼서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게 밈 교수의 설명이다.

1996년 미국 정부는 수퍼노트에 맞서 보안장치가 한층 강화된 새 지폐를 내놓았지만, 역시 북한은 이를 정밀하게 위조한 달러를 만들어 냈다. 특히 미국이 스위스에서 독점 구입한 특수 잉크를 모방하기 위해 북한은 비슷한 종류의 특수 잉크를 역시 같은 스위스 회사에서 들여왔다.

조폐 장비와 잉크를 거의 독점 생산해서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스위스 회사들은 냉전시기에도 공산주의 국가나 자본주의 국가를 가리지 않고 거래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거래가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밈 교수의 설명이다.

밈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달러위조를 찍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부터 미국은 보안장치가 더 강화된 새 1백 달러짜리 지폐를 내놓을 예정인데, 이 지폐는 수억 달러짜리 인쇄기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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