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이 불낼 것 같아요” 세 차례 찾아갔지만…피해자 외면한 경찰

중앙일보

입력

[뉴시스]

[뉴시스]

현직 공군 부사관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사람을 고용해 그 가족이 운영하는 비닐하우스에 불을 지르도록 사주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미리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공군 부사관 A(22)씨는 지난달 24일 B(34)씨를 시켜 전 여자친구 부모님이 운영하는 비닐하우스 꽃집에 불을 질렀다.

A씨는 이 범행을 사주할 사람을 찾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죽을 용기를 가지고 일하실 분’이라는 제목으로 구인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본 한 남성은 공범 B씨보다 먼저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지난 9월 이 남성에게 “내가 운영하는 꽃집에 불을 내주면 화재보험금을 타 사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남성은 A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범죄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서다. 오히려 A씨가 방화 장소로 지목한 꽃집에 연락해 “방화를 의뢰하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이러한 얘기를 들은 A씨 전 여자친구 C씨는 관할 경찰서인 광주 서부경찰서를 세 차례 찾아갔다. 그는 “전 남자친구가 불을 지르려고 모의하고 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그때마다 “증거가 부족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C씨를 돌려보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사이 A씨는 SNS를 통해 B씨를 만나게 됐고, 계획했던 범행을 저질렀다. 이 방화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비닐하우스 2동이 다 탔다.

사건 후 경찰은 B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신병을 군 헌병대로 넘겼다.

이와 관련해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