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일 정상회담, 일본 수출규제 일부 해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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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총리 관저 내부에서 “향후 5G(5세대) 통신망 분야 등에서의 협력을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경제 갈등을 더 키워선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도쿄의 일본 소식통이 3일 전했다.

소식통 “경제안보 위해 협력 불가피 #기타무라 국장 주도로 인식 확산” #아베 “문 대통령과 양자회담 조율”

이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산업 당국 간 국장급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12월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중 일부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역 거래상의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화이트국가(그룹A)로 한국을 복귀시키는 데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불화수소 등 개별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일부 또는 전체가 연내에 철회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12월 셋째주(16~20일) 도쿄에서 열릴 양국 산업 당국 간 국장급 정책 대화를 거쳐 이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부 조치의 해제가 발표되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연립여당 회의에서 “이달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때는 일·중 회담과 일·한 회담도 조정 중”이라며 한·일 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24일로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과의 협력 복원 필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엔 최근 일본 총리관저가 힘을 쏟고 있는 ‘경제 안보’ 이슈가 있다. 미·중간 무역 충돌 등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본 총리관저는 경제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봄 국가안전보장국(NSS) 산하에 ‘경제반’을 신설한다. 통상 마찰 대응, 하이테크 분야에서의 국제 연대, 외국과의 인프라 협력 등을 총괄적으로 지휘할 조직이다.

이런 움직임은 아베 총리의 최측근으로 지난 9월 NSS 국장에 새로 취임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가 주도하고 있다. 일본 소식통은 “기타무라 국장을 비롯한 NSS를 중심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이어질 경우 일본으로선 5G 분야에서 삼성 등 한국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 소식통은 “아직 일본 정부로부터 ‘연내에 일부라도 규제를 풀겠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12월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일본 정부 내에 있다”고 했다. 이 소식통 역시 “화이트국가로의 복귀는 단시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풀릴 수 있는 것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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