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빨간바지의 승부사... 150만 달러 잭팟 가져온 김세영의 '강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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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통산 10승을 채운 김세영. [AFP=연합뉴스]

LPGA 통산 10승을 채운 김세영. [AFP=연합뉴스]

 역시 '빨간바지의 승부사'였다. 김세영(26)이 극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9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했다.

김세영은 2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8언더파를 기록하면서 찰리 헐(잉글랜드·17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대회 내내 선두였지만 김세영이 우승하는 과정은 극적이었다. 경쟁자들의 매서운 추격에 흔들릴 법 했던 김세영은 마지막 홀에서 천금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확정짓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은 전반 9개 홀에선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면서 경쟁 선수들에 내내 1~2타 차 앞선 선두를 이어갔다. 그러나 선두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3라운드까지 김세영에 6타 뒤졌던 대니엘 강(미국·16언더파)이 이날 하루에만 7타를 줄였고, 찰리 헐 역시 '보기 프리' 플레이로 6타를 줄여 김세영을 압박했다. 여기에 김세영과 동반 라운드를 했던 넬리 코다(미국·16언더파)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반 9개 홀에서 1타를 줄인 김세영은 후반 들어 이른바 회심의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숨졸이는 승부를 펼쳤다. 10번 홀(파4)에서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었지만 14번 홀(파5)에서 4번째 샷 만에 온 그린에 성공해 끝내 보기를 기록한 김세영은 15~17번 홀에서 버디 퍼트가 안 들어가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그러나 김세영은 어려울 때 더 강했다. 연장에 갈 수 있던 승부처 18번 홀에서 홀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결정적인 순간에 들어간 이 버디 퍼트 하나로 김세영은 LPGA 역대 최고액인 15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 우승 상금을 가져가고 환호했다. 2015년 LPGA 데뷔 이후 5년차에 통산 10승을 채운 김세영의 꾸준함, 그리고 위기 때 나오는 승부사다운 기질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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