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다툼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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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류 도매업 허가를 따내자」.
올 들어 정부가 주류도매업에 대한 신규면허를 확대해나가고 장기적으로 등록제로 전환해나갈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류도매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가 치열해지고있다.
주무부서인 국세청의 고위간부들은 사방팔방에서 쇄도하는 주류도매업 허가 관련청탁에 곤욕을 치르는가 하면 항간에는『주류 도매업소 2백 개가 증설된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주류 도매업에 대한 주가는 날로 올라가 노른자위에 위치한 도매상의 경우 몇 억원씩 프리미엄이 붙고있다.
이처럼 너나할것없이 주류도매업에 뛰어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조사한 자료네 따르면 서울 변두리지역 주류도매업소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1백억 원을 웃돌고 있으며 서울시내 업소 36억원, 도서지방도 3억∼5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76년 주류도매업에 대한 면허가 개인면허에서 법인면허로 통합된 이래 일체 추가로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업자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겨왔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지난6월 서울서초동 주류도매상 정모씨(33)가 유흥업소 주류 독점 공급을 놓고 상대조직원들에게 생선회칼로 난자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주류도매업은 이권화 되는 추세에 있다.
이 때문에 지난4월 경제기획원 경쟁촉진 반에서는『6공들어 모든 사회·경제분야가 자율화·민주화 추세에 있는데도 경쟁을 억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준다』고 보고 주류도매업을 주유소·목욕탕 등과 함께 경쟁촉진 산업으로 지정했다.
또 지난 5월『경제기획원에서 주류도매업을 등록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일부 보도되면서 국세청에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국세청도 이같이 주류도매업에 대해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 지난 6월7일 주류도매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거의 모든 도매업체와 제조업체 참석자들은 업체의 난립, 유통질서의 문란을 이유로 개방을 반대했으며, 유흥업소·요식업소 대표들은 도매업체의 부당한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도매업을 개방,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국세청은 현재『묶어 놓은 주류도매업을 풀어 수를 늘리겠다』는 대원칙만 세워놓았을 뿐 ▲허가제냐 등록제냐 ▲등록제로 한다면 그 기준과 사후의 관리방법 등 구체적인 개정 내용을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의 한 고위간부는『일정자격 요건을 구비하면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제도 보완을 하고 있는 중이다』며 이 작업이 올해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지난76년 2천71개이던 개인면허가 3백93개의 법인면허로 통합되고 81년 군 지역에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1군1개이던 것을2개로 늘리는 바람에 2백10개가 증설돼 6백3개의 주류도매업소가 영업을 하고있다.
이들 업소들의 소재파악도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상사」「○○유통」이란 상호를 내걸고 차량을 이용, 주류 도매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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