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이 부하 20명 '성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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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육군 중대장이 부사관과 장병 수십 명을 상습 성추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동안 군은 병영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 실효성이 의심받게 됐다.

24일 육군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부대 회식자리와 자신의 집무실, 내무반 등에서 병사 11명, 부사관 9명 등 20명을 60여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6군단 직할 공병대 류모(40) 중대장(소령)을 21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류 소령은 친밀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장병들의 엉덩이나 성기를 건드리다 술에 취한 경우 등에는 바지 속으로 손을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류 소령의 이 같은 행각은 부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성범죄 관련 상담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류 소령은 5월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된 행정 보급관(원사)에게서 부하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을 전해 들은 뒤 피해 장병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후에도 성추행을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문제는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채 부대 차원에서 유야무야됐다.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던 2003년 육군은 병영 내 성범죄를 알게 될 경우 신고하도록 지시했지만 일선에선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육군에서 조사 중이고 결과를 보고 제도상 미비점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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