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연애소설, 공감과 논란 부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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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호 20면

캣퍼슨

캣퍼슨

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비채

20세 대학생 마고는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구내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 34세 로버트는 이 극장에서 팝콘을 사다 마고를 알게 돼 사귄다. 둘은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데이트를 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신 뒤 어쩌다가 마고는 로버트의 집까지 함께 가 잠을 잤다. 잠자리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으며 결국 둘의 관계는 흐지부지됐다.

크리스틴 루페니언의 소설집 『캣퍼슨』에 실린 같은 이름의 단편소설 줄거리다. 너무나도 밋밋해 싱거울 지경이다. 불타는 로맨스도 없고 화끈한 이별도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은 2017년 미국에서 발간됐을 때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격한 공감과 함께 논란이 이어졌다. 왜 그랬을까.

주인공 마고는 20대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성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설렘을 품고 로버트에 먼저 끼를 부렸다. 호의를 가졌지만 데이트하는 도중에 로버트의 행동에 불현듯이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영화를 보러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땐 그가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 강간한 뒤 살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괜찮아요, 원하면 죽여도 돼요”라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같이 침대에 누웠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다. 역겨움과 자기혐오감, 수치심이 교차했다. 장문의 이별 문자를 준비했으나 보내지는 못하고 대신 ‘미안, 곧 문자할게’라는 엉뚱한 메시지를 전했다.

‘미투’ 같은 사회적 이슈도 없는 평범한 청춘남녀의 관계가 미국사회에서 뜨거운 관심사가 된 것은 감정과 감정 사이를 클로즈업하는 평범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일상의 막연한 불안감, 맺고 끊기 장애 이런 것들이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으리라. 이 책에는 다양한 소재의 다른 단편소설 11편도 함께 실려 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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