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적자인데 임직원은 스톡옵션 행사?…코스닥 특례상장사 '스톡옵션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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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지난 7월 1~5일 신라젠의 한 임원이 자신이 보유했던 자사 주식 16만7777주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그가 손에 쥔 돈은 8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이 개발하던 신약 펙사펙에 대한 임상중단 권고가 이뤄지기 한 달 전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신라젠 임직원은 펙사벡 임상실패 충격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 자신들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대거 행사해 미공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스톡옵션은 회사의 임직원이 미리 정한 가격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는 임직원 등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벤처기업은 관계회사 임직원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에게도 부여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 성장의 과실을 나누기 위해 도입된 스톡옵션이 회사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임직원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데 있다. 신라젠의 사례처럼 상장 전 임직원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먹튀’ 수단으로 쓰인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코스닥 시장에 특례상장한 58개사 중 51개사(87.9%)가 임직원 등 2240명에게 3928만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바탕으로 2015년 1월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상장한 58개사를 분석한 결과다.

 전체 스톡옵션의 51.3%(2009만주)는 임원 336명(15.0%)에 집중됐다. 대상기간 중 부여된 스톡옵션 가운데 43.7%(1716만주)는 이미 행사됐다.

 스톡옵션을 부여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제약ㆍ바이오 업종이다. 지난 5년간 코스닥 특례상장한 제약ㆍ바이오업종 회사 36곳은 모두 임직원 등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51개 특례상장사 전체가 부여한 스톡옵션 중 85.1%(3342만주)가 제약ㆍ바이오업종 몫이었다.

 특히 2015년에는 제약ㆍ바이오업종이 전체 스톡옵션 분량(1019만주)의 98.7%(1006만주)를 차지했다. 2016년 상장 예정이었던 A사가 520만주, B사가 104만주 등을 상장 직전인 2015년 대량으로 부여한 탓이다.

지난 8월 28일 오전 부산 북구 신라젠 본사가 있는 부산지식산업센터에서 건물 관계자가 사무실 내부 상황을 살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8일 오전 부산 북구 신라젠 본사가 있는 부산지식산업센터에서 건물 관계자가 사무실 내부 상황을 살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신라젠 서울 여의도 사무실과 부산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렇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특례상장사 대부분이 영업이익조차 실현하지 못하는 적자기업이라는 점이 문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51개 스톡옵션 부여회사 중 영업이익을 실현한 기업은 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3개 기업 가운데엔 당기손실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음에도 스톡옵션 행사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곳도 있었다. 스톡옵션이 이익조차 실현하지 못한 특례상장사의 상장 후 비용부담으로 전가되는 꼴이다.

 저조한 영업실적에도 기술성이나 성장성 등을 담보로 상장에까지 성공한 데 따른 과실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소수 임직원에 집중되는 문제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례상장사는 일반 상장요건 중 수익성 요건을 면제받아 기술력과 성장성을 근거로 상장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곳”이라며 “영업적자를 내는 등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 및 행사 등은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만큼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활성화 등 장기 성과보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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