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내준 이정민 "또 만나면 삼진 잡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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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내게 홈런을 맞은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 데뷔 이후 첫승을 올렸다는 것이다. 팀이 이겨서 기쁘다. 만약 다음에 (이승엽 선수를) 만나면 삼진으로 잡아내겠다."

이승엽에게 대기록을 허용한 롯데 투수 이정민(24). 그는 프로야구 팬에게는 매우 낯선 선수다. 경남고-동아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한 프로 2년차. 1m83㎝, 83㎏의 좋은 체격조건을 갖춘 오른손 정통파 유망주다. 그러나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여덟 경기에서 11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방어율 3.27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 이정민에게 대기록을 앞에 둔 이승엽을 상대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경기 전 수십명의 기자가 몰려 소감을 묻자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다.

그가 2회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혹스러워 하자 김용철 감독대행은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경기 후 이정민은 "처음부터 정면승부를 한다고 마음먹었고 원하던 코스에 원하던 구질의 공을 던졌다. 마운드에서는 만족스럽게 던졌다. 제구도 잘 됐다고 본다. 자신있게 던진 공에 홈런을 얻어 맞았으니 미련은 없다"라고 말하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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