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노시인의 간절한 시편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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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호 21면

간절함

간절함

간절함
신달자 지음
민음사

감정 낭비는 피로와 자책만 남긴다. 신달자 시인의 말이다. 새로 펴낸 시집 『간절함』의 말미에 적어 놓았다. 76세의 시인에게 무슨 감정 낭비가 그리 많았을까? “늘 우울한 낮과 밤, 늘 위태롭기만 했던 외로움은 감정이 자생시킨 쓸모없는 지병이었을 것”이라며 감정을 남발했던 젊은 시절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열다섯 번째 펴내는 이 시집의 주요 소재는 인간의 감정이다. 졸여짐·아득함·심란함·무심함·짜릿함·싸늘함·적막함·막막함·불안함 등이 각각 한 편의 시로 등장한다. 미묘한 감정들이 시인의 언어로 변환되는 방식을 음미해 볼 수 있다. 심란함에 대해 “오늘 내 가슴속/ 누가 무지갯빛 떡메를 치는가/ 벼랑 끝 저릿한 날바람/ 날바람 끝 곤두박질”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짜릿함에 대해선 “누가 슬픔을 조각해 별을 만드나… 고요한 내부의 화살”이라고 읊었다.

간절함도 그중 하나인데 이 시집의 표제로 뽑혔다.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을 짚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무언가에 간절한 마음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리다”고 했다. 알 듯 모를 듯 선문답을 보는 듯하다. 가만히 가슴을 열고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언제 나는 진정으로 간절했던 적이 있는가? 간절함은 언어를 초월한 영역일 것이다. 등뼈의 피리 소리는 가톨릭 신자인 그에게 ‘신의 소리’로 다가가는 듯하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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