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적발에 '강남' 왜빠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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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버블 세븐 없는 ‘담합 아파트’ 발표
21일 건교부가 발표한 담합 아파트 리스트에 포함된 서울 관악구 신림11동의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인근 부동산에 매물들이 나와 있다. 한편 건교부의 이번 발표에는 정작 강남권과 버블세븐 지역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건설교통부가 21일 발표한 부녀회 등의 가격담합행위 적발 아파트 중에는 '담합 원조'격인 서울 강남을 비롯해 목동, 분당 등 시세 급등지역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올들어 부녀회 담합행위가 가장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산본지역도 적발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 건교부가 실사를 통해 이날 담합행위 단지로 간주한 수도권 58개 단지는 대부분 강북이나 외곽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이다. 서울에서는 관악.영등포.구로구가 각각 2곳이며 동작.금천.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구 등이 각각 1곳씩이다.

인천에서는 부평구 부개동 삼부한신이 유일하게 적발됐다. 경기지역에서는 수원이 1곳, 안양 2곳 등이며 고양시에서는 덕양구에서만 6건이다. 부천의 경우 소사구 2곳 외에 원미구 상동과 중동에서 각각 9개 단지와 23개 단지가 무더기로 걸렸다.

이처럼 강남을 비롯한 주요 가격 급등지역이 적발되지 않은 것은 아예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집값담합 신고센터' 개설후 이번 실태조사 대상이 된 14일까지의 신고접수된 담합 사례는 모두 110건.

이 가운데 이번에 적발된 지역 외에는 다른 행정구역이 한 곳도 없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해당 건교부 관계자조차도 "신고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할 정도로 가격담합 의심지역들이 빠져있다.

왜 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건교부의 신고접수와 실태조사가 너무 늦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산본 등의 경우 이미 연 초에 부녀회 담합을 통해 가격을 대폭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조사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닥터아파트 김경미 차장은 "이번에 적발된 단지 대부분이 4 ̄5월 이후 담합이 이뤄진 곳들"이라며 "상대적으로 산본 등은 이보다 몇 개월 앞서 담합으로 인한 가격 급등이 이뤄져 그만큼 수요자들의 거부감 내지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강남이나 목동, 분당 등은 담합 없이도 자력으로 가격상승이 가능한 지역들이란 진단도 내놓았다. 그만큼 이번에 적발된 단지들의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을 이기지 못해 흥분해 있지만, 강남 등 선도지역은 여유롭게 가격 상승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있을 담합 조사에서도 강남 등이 빠질 경우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을 오히려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꼴이어서 또다른 문제를 낳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교부는 이번 조사단지를 제외하고 지난 15일 이후에 들어온 단지를 대상으로 다음주부터 매주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최근 신고 단지 중에는 산본지역이 1곳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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