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O J 심슨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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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5년 오늘(10월 3일) 오전 10시 미국전체가 일손을 놓는 희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시각 TV와 라디오에서는 전처 살인혐의를 받고 있던 풋볼스타 O J 심슨의 평결이 발표됐다. 그리고 심슨은 사건발생 1년여만에 무죄판결로 풀려났다.

일명 'OJ 심슨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엽기적인 일들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도 '20세기 10대 범죄'중 하나로 뽑힐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변호인단이 들고 나온 무기는 '확률'게임이다.

검사측의 사건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심슨의 것과 일치하고, 일반적으로 DNA 분석결과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10,000분의 1이기 때문에 그가 99.99%의 확률로 살인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측은 LA 인근 인구 300만명 중 300명이 같은 DNA를 공유하므로 심슨이 살인자라는 결론은 99.7%의 확률 (300명 중 한 명이기 때문에)로 오판이라고 주장,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심슨의 무죄 평결 직후 LA타임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50%가 배심원들의 평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인종시비와 배심원 전원일치제라는 미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우려로 클린턴 대통령이 "우리의 사법제도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존중하도록 요구한다. 이순간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기도를 보내야 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1,000만달러(약 80억원)에 달하는 전재산을 걸고 살인법정에서 승리했던 심슨은 그러나 이후 피해자 가족들로 부터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재판비용과 보상금등으로 재산을 거의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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