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격 사퇴 배경은…"文, 3일 광화문 집회 뒤 결심한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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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시30분쯤 춘추관이 출입기자단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가 오후 3시로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마다 열리던 수보회의를 30분 쯤 남겨둔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슷한 시각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날 사의를 표하고 대통령이 수용한 사실을 전했다. 기자들과 만난 강 수석은 “조 장관의 결심이었다”며 “대통령은 오후 3시 수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 말씀을 전하실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의 전격적인 사의가 수보회의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강 수석은 ‘조 장관이 언제 사퇴의사를 밝혔느냐’는 질문에 “추후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5시38분 조 장관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발표했다. 조 장관이 이날 오후 2시 사퇴의사를 공식 발표한 지 3시간 반 여만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고위 당·정청이 끝난 이후 (조 장관이)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 장관의 발언에도 있듯이 그야말로 검찰개혁의 윤곽을, 디딤돌을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든다”며 “발표문에서도 꽤 긴 분량으로 나와 있는데,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굉장히 컸던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설명대로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개혁안을 발표한지 약 3시간 만에 장관직 사퇴를 발표했다. 동시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여권에선 조 장관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이전에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도 이날 “특히 가족문제가 주요한 심경변화의 배경이 아닐까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2시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고위 당ㆍ정협의회 때만 해도 조 장관 거취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제 협의회에는 당에서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정부에서 이낙연 총리와 조국 장관, 청와대에서 강기정 수석과 김조원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인영 대표는 기자들에게 “(조 장관 사의 표명 소식을)우리도 강기정 수석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기소 또는 영장 청구 전에 조 장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았던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집단적인 의사를 청와대에서 전달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내부도 대체로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조 장관 거취 문제가 곧 결론 날거란 공감대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발표가 됐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달말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에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조 장관 사의 표명 사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서도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수석 등 극소수만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조 장관이 전날 고위 당ㆍ정 협의회를 마치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사퇴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인사권자의 의지가 확인 안됐는데 본인이 결단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조 장관이) 정부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판단도 컸던 것 같다”며 “미리 상의한 게 아니라는 것은 조 장관이 판단해서 결정했다는 말속에 들어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의중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조 장관이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총리도 주변에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광화문 집회 이후에 대통령 결심이 섰던 것 같다”며 “어제 당·정·청 직후에 조 장관도 그런 대통령의 뜻을 가지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통합’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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