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50여 명 연쇄 성폭행 30대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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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 깔끔한 옷차림의 방모(30)씨가 들어왔다. 커피숍에는 종업원 S씨(23.여)가 혼자 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방씨는 커피를 주문하면서 주방으로 향하던 S씨를 따라 들어갔다. 이어 마구 때리고 미리 준비한 끈으로 양손을 묶은 뒤 성폭행하고 현금 22만원을 빼앗았다. 방씨는 "신고하면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S씨의 나체 사진을 찍은 뒤 사라졌다.

20일 경찰이 밝힌 연쇄성폭행범 방모씨의 범행 과정이다. 방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서울.경기도 일대에서 모두 50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1500여만원을 강탈했다. 1주일에 한 번꼴로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전 시간에 커피숍과 병원 등에서 혼자 영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강간 등)로 방씨를 이날 구속했다.

◆"나체 사진 인터넷 공개" 협박=경찰에 따르면 고교 3학년 때부터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시작한 방씨는 1993년 지나가던 여고생의 가슴을 만졌다가 구속됐다. A전문대를 중퇴한 방씨는 2002년 흉기로 길 가는 여성을 위협해 강간한 혐의로 구속돼 2년여간 복역하다 풀려났다. 이후 주방보조 등을 전전하다 출소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4월 본격적인 범행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방씨는 보통 커피숍에서는 오전 10~11시쯤 여종업원이 혼자 청소를 하며 영업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방씨의 강도강간 37건 가운데 23건이 커피숍에서 발생했다.

방씨는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하도록 범행 뒤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 여성의 나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 하지만 피해 여성 50명 가운데 41명은 경찰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CC(폐쇄회로)TV 화면 등을 토대로 방씨의 얼굴 사진이 담긴 수배전단을 만들었고,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13일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방씨를 검거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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