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도 창문도 없다…16시간 동안 불탄 제일평화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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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제일평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12시 40분쯤 서울 중구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시작된 불이 16시간여 만에 잡혔다. 이날 서울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쯤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큰 불길이 잡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아 있는 불씨를 확인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가 난 건물 층이 창문이 없는 ‘무창층 구조’인 점이 화재가 장시간 계속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제일평화시장 건물 창문이 금속 패널로 막혀 있어 화재로 발생한 열과 연기가 배출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공기가 유입될 때마다 숨어있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3층 의류매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초기 화재 피해를 키웠다. 1979년 지상 3층으로 문을 연 제일평화시장은 2014년 4개 층을 중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새로 지어진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기존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화재는 1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1시 40분쯤 1차로 진압됐지만 오전 6시 무렵 잔불을 정리하던 중 다시 발화해 시장 건물 3개 동 중 2개 동 점포로 불이 번졌다. 소방 당국과 경찰 등 인력 259명과 소방차 66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을 이어갔다. 이날 내내 동대문 시장과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일대는 연기로 뿌옇게 흐려졌다. 소매로 입가를 가리거나 마스크를 사러 인근 편의점으로 향하는 시민과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번 화재로 해당 건물 3층이 전소하는 등 상당한 물적 재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 자리를 잡은 점포는 총 816개로, 3층 의류매장에 들어선 점포만 200여개에 달한다.

다행히 큰 부상자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6층 화장실에 갇혀 있던 제일평화시장 상인 2명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돼 현장 치료 후 귀가했다. 3층에서 타일 공사를 하던 인부 2명은 화재를 발견하고 스스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타일 공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이후 유관기관과의 합동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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