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무인도인 함박도에 북한군이 군사 시설을 지었다는 사실을 한ㆍ미연합군사령부를 통해 주한미군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에게 보고 #브룩스,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면서도 지시 없어 #한ㆍ미 , 함박도 시설 큰 위협 아닌 것으로 판단
19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2016년 북한군이 배로 함박도에 공사를 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뒤 공동으로 북한군 동향에 대해 분석을 벌였다. 2017년 연합사는 당시 빈센트 브룩스 연합사령관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브룩스 전 사령관은 보고를 들은 뒤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후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함박도의 북한군 레이더 기지가 안보에 크게 위협이 안 된다는 게 당시 한ㆍ미의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한ㆍ미는 공중 정찰 전력이 부족한 북한이 NLL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레이더 기지를 만든 뒤 수도권 일대의 항공기 운항을 파악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정전 이후 함박도를 사실상 내버려 뒀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함박도는 섬이 매우 좁다(1만9971㎡ㆍ약 6041평). 물도 나오지 않는 거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군이 병력을 주둔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한 번은 북한 주민이 서해에서 부유물을 안고 헤엄쳐 귀순하려다 지친 나머지 잠깐 머물며 쉰 곳이 함박도”라며 “평소 인적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북한군이 함박도 일대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함박도 주변 무인도 2곳에 관측소를 건설한 북한군은 2016년 함박도에 배로 장비와 물자를 가져다 놨다. 2017년 공사를 시작해 2018년 레이더 기지를 완성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군 시설을 처음에는 관측소로 평가했는데 나중에 레이더 기지로 판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2017년 5월부터 북한군이 레이더 등 감시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며 “북한군 병력 1개 소대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함박도에 방사포가 배치됐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함박도에는 공격무기가 일절 없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포병은 사격 후 다른 진지로 옮겨야 한국군의 반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함박도는 북한군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걸었던 무도ㆍ개머리와 달리 예비진지를 만들 공간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서해 NLL 이북에 있는 함박도는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 산림청으로 나와 있어 남북한 중 어느 쪽 섬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