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핀란드 출신 31세 살로넨 『LA』지휘봉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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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년 31세의 신인 무명지휘자가 미국의 정상급 오키스트라 로스앤젤레스필하머닉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하게 돼 화제가 되고있다.「쿠데타의 주역」으로까지 묘사되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핀란드의 지휘자 겸 작곡가인 에사 페카 살로넨.
LA필은 최근 살로넨이 92년부터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고 발표, 지난 4월 앙드레프레빈의 감잡스러운 사임 이후 공석 중이었던 후계자 선정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살로넨의 지명으로 LA필은 지난 62년 주빈 메타가 26세의 나이로 지휘봉을 잡은 이래 등록상표처럼 돼있는 박력과 생동감, 그리고 정열적인 연주를 청중들에게 다시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로 창단 70주년을 맞는 LA필의 제11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살로넨은 헬싱키 출신으로 73년부터 77년까지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프렌치호른과 작곡을 공부했다. 83년까지 이탈리아에 유학한 뒤 귀국, 핀란드국립오페라단의 객원지휘자가 되었다.
그후 스웨덴 라디오심퍼니의 수석지휘자를 거쳐 85년부터 런던 필하머니아 오키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를 지냈으며 지금은 오술로 필하머닉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약중이다.
국제무대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세계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5년 전. 어렵기로 정평이 난 말러의『3번 교향곡』을 단 5일만에 소화, 마이클 토머스를 대신해 런던 필하머니아 오키스트라를 완벽하게 지휘해냈던 때부터다. 살로넨은 이후 베를린·뉴욕·시카고·보스턴·필라델피아·몬트리올·워싱턴 등의 오키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정상급 지휘자로 급부상 했다.
주빈 메타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뉴욕필의 후보로도 거론되던 그는 최근에는 카라얀의 후임으로 베를린필을 맡게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앙드레 프레빈이「예술적인 견해의 차이」로 LA필의 총감독 플라이시먼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끝내 사임하게 되자 플라이시먼은 지난 83년부터 눈여겨 봐왔던 살로넨을 전격 스카우트한 것이다.
일부 단원들이나 악단관계자들은『살로넨이 성실한 지휘자이기는 하지만 그의 지명은 플라이시먼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며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살로넨은 프레빈 이후 표류를 거듭하고있는 LA필의 새로운 선장으로 이러한 잡음을 극복, 악단을 쇄신해야하는 임무도 맞게 됐다.
그도 이런 점을 의식한듯『청중들을 활기 있게 하는 길은 악단을 활기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바흐·베토벤·브람스 등에 익숙해져 있는 청중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현대음악과 고전음악의 조화를 추구해 나가겠다』며 지휘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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