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만 뜨면 줄어드는 공사장 소음”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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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중앙포토]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중앙포토]

“평소에는 그렇게 시끄러운데 왜 측정만 하면 소음이 기준치 이하로 나오나요? 업체에 미리 알려주고 나오는 것 아니에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소음 담당 공무원 A씨는 민원현장에 갈 때 이런 불만을 종종 듣는다.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을 받고 현장에서 소음을 측정하면 ‘기준치 이하’로 나오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 우연히 ‘억울함’을 풀게 됐다.

A씨가 자신을 몰래 따라다니는 차량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지난 3일 오후 2시쯤. 평소처럼 동료와 함께 민원현장에 나갔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처음엔 명절을 앞두고 비위를 적발하려는 감찰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행이 2시간 정도 계속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잡힌 범인은 한 건설사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16일 용인시에 따르면 A씨는 용인시 성복동 일대에 조성 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소음과 잦은 발파로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수차례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발해 과태료 총 2000여만원을 부과했다. 결국 업체는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A씨를 미행하며 출장 경로를 미리 파악했고, 공사장에선 이에 맞춰 소음을 줄였다는 것이다.

A씨를 미행하다 붙잡힌 직원은 경찰에서 “아파트 현장에 지인이 있어서 가는 길에 용인시 관용차량이 보여 호기심에 따라다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시공사인 B건설사 공무팀장은 “(해당 업체가) 하청업체는 맞지만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하청업체가 의욕이 과해 벌인 일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수지구청 관계자는 “민원인들은 그동안 단속반이 현장에 출동하면 소음이 줄어들었다며 ‘건설사에 미리 연락하고 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며 “이제 그 의혹을 해소하고 공무원의 노력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지구청은 공사장의 생활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소음 초과 시 특정 장비 사용 중지 명령 처분 기간이 최대 4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을 위반 횟수에 따라 늘리고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소음 저감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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