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한달] 202㎝ 하은주 국적 회복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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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점프볼 제공]

일본에 귀화했던 여자농구 스타 하은주(23.2m2㎝)가 지난달 7일 "일본 대표로 뛸 수는 없다"며 '국적 회복'을 선언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났다. 사실상 국내 복귀를 선언한 그날 하은주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로는 하은주가 곧 국내 팀에 입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하은주의 국내 구단 입단과 관련,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정한 '원칙'이 있다. 김동욱 WKBL 전무는 "하은주가 일본 국적을 가진 상황에서는 어떤 팀과도 자유계약을 할 수 있지만 한국 국적을 회복한다면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은주가 일본 국적을 취득한 2003년에 한 국내 팀에서 1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하은주의 몸값은 1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하은주 영입 경쟁은 소강 상태다.

각 구단이 멈칫거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하은주의 부상 때문인 것 같다. 하은주는 1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지난 시즌 일본 W리그에서 정규 리그 평균 18.7분, 챔피언결정전 평균 16.5분밖에 뛰지 못했다. 한 은행팀 관계자는 이 기록을 근거로 "일본 농구보다 빠르고 거친 플레이를 하는 한국 코트에서는 20분도 뛰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하은주는 2004~05시즌 W리그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경기당 32분을 뛰었다. 지난해 7월 3일 천안에서 열린 국민은행과의 친선경기에서는 36분43초 동안 뛰면서 17득점.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당시 국민은행 센터는 아드리안 윌리엄스(1m93㎝)였다. 하은주의 아버지 하동기씨는 "은주의 무릎은 문제없다. 겨울리그에 대비해 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은주의 무릎이 정상이고, 경기당 30분대를 뛰어 준다면 외국인 선수와 함께 지키는 골밑은 철벽이 된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의 마리아 스테파노바(2m3㎝)와 하은주가 더블 포스트를 이룬다면 누가 이 팀의 골밑을 파고들 수 있겠는가.

하은주 영입 작업은 이번 여름리그가 끝난 뒤 본격화하거나 10월 26일 열리는 드래프트까지 미뤄질 것이다. 드래프트까지 간다면 겨울리그와 여름리그 승률이 낮은 신세계나 금호생명이 지명할 것이다. 하지만 하은주의 진로가 드래프트로 정해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몇몇 구단에서 하동기씨를 만났다. 구단 관계자들은 "(하동기씨가) 몸값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하동기씨는 "은주의 실력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면 족하다. 돈보다는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씨는 "덧붙여 꼭 밝히고 싶은 일이 있다"며 "입단 조건으로 일본 샹송화장품 시절 감독이었던 이옥자씨의 사령탑 발탁을 요구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실과 다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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