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인세율 대폭 인하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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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법인세율을 5%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18일 홍콩 당국의 용역 보고서를 인용, 현재 17.5%인 법인세를 12.5%로 낮추는 방안이 마련돼 이번 주말 입법원에 보고될 예정이며, 이 안을 가지고 앞으로 9개월간 집중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인하 방안이 통과될 경우 홍콩의 법인세율은 한국(최고 25%)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며 싱가포르(20%)보다도 낮게 된다. 법인세율 12.5%는 일부 조세회피지역과 마카오.키프로스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지난해 2%포인트 낮아져 현재 25%(과세표준 1억원 이상)와 13%(1억원 미만)다.

홍콩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기업 유치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은 3년 전 재정적자를 이유로 법인세율을 1.5%포인트 올린 반면 싱가포르는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계속 내렸다.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986년 40%에서 현재 20%까지 낮아졌다. 홍콩 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오리어는 "홍콩의 법인세율 인하 조치가 시행될 경우 싱가포르도 이에 대응해 각종 세제 혜택과 면세를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간 외자 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은 특히 2005년 회계결산에서 8년 만에 흑자를 기록할 만큼 재정 여건이 좋아지고 지금까지 없었던 상품 및 용역 판매세(sales tax)를 신설할 계획이어서 법인세율을 낮추더라도 재정에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은 경기 변동에 따라 세수가 지나치게 큰 폭으로 변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5% 세율의 판매세 신설을 추진 중이다. 판매세가 도입될 경우 연간 40억 달러 정도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홍콩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AWSJ는 현재 주요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홍콩이 세제 개혁을 할 좋은 시기를 맞고 있지만 앞으로 2년 연속 이뤄지는 선거 때문에 세제 개혁에 3~5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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