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거부권 행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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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상원이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지원 법안 표결에 들어간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임기 중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이 법안을 막겠다고 공언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하원 이어 상원도 찬성=미 상원은 18일(현지시간)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전에 알려진 바로는 찬성하는 의원이 전체 100명 중 가결 정족수인 60명을 약간 넘는다.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찬성이고 공화당은 낙태 문제에 진보적인 동북부 지역 의원들이 주로 찬성 대열에 섰다. 미 하원은 1년 전 같은 법안을 238 대 194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선 법이 가결되려면 상.하원 모두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원은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경고한 데다 상당수 상원의원이 반대 입장을 밝혀 법안 처리를 미뤄왔다. 그런데 최근 빌 프리스트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상원의원이 줄기세포 연구 진전을 바라는 국민여론(약 60%)을 받아들여 반대 입장을 철회, 18일 표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백악관 '불가' 입장=그러나 백악관은 17일 성명을 내고 "인간 생명 파괴를 지원.고무하는 데 국민의 세금을 쓰는 걸 반대한다"며 "대통령은 상원이 법안을 넘겨올 경우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재임 5년 반 만에 처음이 된다. 법안이 거부될 경우 상.하원은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법안을 되살릴(Override) 수 있다. 그러려면 상원은 7명, 하원은 50명가량의 의원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미 언론의 전망이다.

부시는 취임 직후인 2001년 8월 행정명령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정부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개인적 신념과 함께 보수파 지지층을 의식한 조치였다. 지금 와서 이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게 부시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맞는 공화당은 사정이 다르다. 여론을 거스르는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표가 깎인다고 반발하는 의원이 많아 앞으로 당정 간에 갈등이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도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막으면 생명과학 두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미국은 영영 뒤처질 것"이라며 법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어 부시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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