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재신 리카싱 “집권자는 미래의 주인공에게 너그러워야”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재신(財神) 리카싱(李嘉誠·91)이 홍콩 시위 사태를 놓고 당국과 시위대 모두에게 화해를 촉구했다. 지난 8일 홍콩 다푸(大埔)구의 자산사(慈山寺)에서 열린 불교 행사에 참석해 범죄인 송환법을 둘러싸고 석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소감을 직접 밝혔다고 홍콩 성도일보, 명보 등이 10일 보도했다. 현재 홍콩 부동산 기업 청쿵허치슨(長江和記)의 원로 고문역을 맡고 있는 리카싱은 이날 “젊은이는 대세를 양해하고, 집정자(執政者·홍콩 당국과 중국 정부)는 사회 미래의 주인공을 너그럽게 처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법률과 인정(人情)이 충돌하더라도 정치문제에서 상대방을 한 번 더 생각한다면 많은 큰일도 작은 사소한 일로 만들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최근 홍콩이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큰 충격에 휩싸였으며 만일 이대로 계속된다면 무척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자산사 대변인은 이날 “리카싱이 최근 사회에서 폭력이 격화되고, 법치가 충돌을 조장하면서 받아들여지지 못해 무척 우려된다”며 “사회는 공존해야 하며 역지사지로 모두가 난관을 극복하고 대세를 양해하며 홍콩을 위해 생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카싱은 지난 8월 홍콩 일간지에 폭력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면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됐다. 그는 당(唐)나라의 측천무후에게 죽임을 당한 장회태자(章懷太子) 이현(李賢)이 부모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시를 빗대 “황대의 오이를 어찌 다시 꺾으려 하나(黃臺之瓜 何堪再摘·황대지과하감재적)”란 여덟자 광고를 실었다. 또 다른 광고에는 “폭력” 두 글자 위로 붉은 X표식을 중심으로 상단에는 “가장 좋은 이유도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最好的因 可成最壞的果)” 4글자, 6글자와 좌우로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하며, 자기를 사랑하라, 자유를 사랑하고, 포용을 사랑하며, 법치를 사랑하라(愛中國 愛香港 愛自己; 愛自由 愛包容 愛法治)” 9+9글자, 아래에는 “사랑의 뜻으로 분노를 멈추라(以愛之義 止息怒憤)”는 8글자를 실었다. 이 광고는 1989년 6·4 천안문 사건을 암시했다는 해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는 리카싱의 전면광고를 한나절 만에 차단해 불편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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