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화 한 통에···007작전 방불케한 '기습 기자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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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출입증을 받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출입증을 받고 있다. 뉴스1

2일 더불어민주당이 주관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 결정은 삽시간에 이뤄졌다.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자 조 후보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즉각 전화를 걸었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은 오후 12시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서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참석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무산이 확정된 순간 당 대표와 원내대표께 직접 전화해 국민께 직접 소명할 기회를 요청했다”며 “당에서도 오늘 중 조 후보자가 직접 여러 의혹을 해명하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입증할 기회 만들고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보다 10분 전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같은 내용의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오후 12시55분 각 언론사 팀장들에게 기자간담회 조율을 위한 ‘사전 간담회’를 요청했다. 오후 1시40분부터 12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내일로 연기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홍 대변인은 “당 지도부도 그렇고, 내일은 절대 안되고 오늘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늦어도 오후 4시 정도까지는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종 ‘조율’된 시각은 오후 3시30분이었다. 국회 기자들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일정 통보에 가까웠다. 장소도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기 위해 이미 확보해 둔 국회 본청 246호로 정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등 여당 의원들이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 회위실을 박차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등 여당 의원들이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국회 법사위 회위실을 박차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도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결정에 힘을 실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후 2시45분 브리핑룸에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저희 입장은 간단하다. 조 후보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 현장은 어수선했다. 민주당은 당초 형식의 제한이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밤을 새서라도 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사 당 질문 2개로 제한했다가 나중엔 없던 일로 했다. "민주당 등록 기자가 아닌 분들은 오늘 간담회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가 논란이 일자 "민주당에 등록된 매체에 소속된 기자만 된다는 뜻"이라고 바로잡는 해프닝도 있었다. 언론사 당 기자 수는 1사 1인으로 제한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기도 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왜 우린 참석할 수 없느냐"고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9월 정기국회 개원식이 예정돼 있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국회 기자간담회를 요청하자 007작전하듯 일정을 밀어붙였다. 국회 출입 기자들은 사실상 인사청문회 기능을 대체해야 하는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차분히 대비할 여력도 없이 숨가쁘게 움직여야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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