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김굿」보며 "원더풀"연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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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8일 오후 8시30분 전남 진도군 진도무형문화재전수회관. 죽은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는 민간무속신앙 씻김굿을 보러 서울에서 내려온 30여명의 연극인들이 조촐한 제사상과 악사들 주변에 빙둘러앉았다.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가 지난 17일부터 「한국적 연기자훈련방법 모색」을 주제로 열고있는 세계연극제 연극인대학 참가자들이 연극적요소가 강한 이 사자의례의 본고장을 찾아온 것이다.
특히 프랑스·호주·캐나다·인도·필리핀·일본 등 외국의 젊은연극인들은 제사상 뒤의 병풍에 걸려있는 옥색저고리와 흰치마라든가 종이로 오려만든 할머니 형상의 넋이 무엇을 뜻하는지 등을 물으면서 꽤나 설레는 표정으로 어느 숨진 할머니를 위한 씻김굿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인간문화재 채계만씨를 비롯한 4명의 악사들이 대금·피리·징·아쟁 ·장구로 삼현육각을 울리기 시작하자 구경꾼들은 어느새『얼씨구』『좋다』하는 추임새와 함께 신바람나는 굿판에 빠져들었다.
광목천으로 만든 저승길을 걷어낸뒤 무녀가「반야용선」을 들고 한차례 덩실덩실 춤추는 것으로 망자의 일생을 표현한 씻김굿이 모두 끝나자 연극인들은 박수갈채를 터뜨렸고 특히 외국 연극인들은『한국민속문화의 진수를 맛본것같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진도=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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