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경험" 초등학생 늘어…집단따돌림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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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증가하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다시 증가하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밝힌 학생의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초등학생이 증가했다. 신체 폭행, 금품 갈취 등 물리적 폭력은 줄었으나 집단따돌림 같은 정서적 폭력의 비율은 늘었다.

교육부 초4~고3 조사…피해응답률 3년 새 증가 #신체 폭력보다 언어폭력 비중 늘어 #"학교폭력 민감하게 인식하는 학생 늘어"

교육부는 27일 올해 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학생 410만명 중 372만명(90.7%)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조사 참여 학생의 1.6%인 약 6만명이 "피해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의 1.3%, 재작년 0.9%와 비교하면 3년 연속 피해 응답률이 늘어났다.

지난해 조사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높았다. 올해 조사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생(3.6%), 중학생(0.8%), 고등학생(0.4%)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지난해보다 0.8%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 응답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학교폭력 피해 경험 응답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학생 1000명당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8.1건), 집단따돌림(5.3건), 사이버 괴롭힘·스토킹·신체 폭행(각 2건) 순으로 조사됐다. 집단따돌림의 경우 지난해(4.3건), 2017년(3.1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35.6%)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집단따돌림(23.3%), 사이버 괴롭힘(8.9%), 스토킹(8.7%), 신체 폭행(8.6%), 금품갈취(6.3%) 순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물리적 유형의 학교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신체 폭행, 성추행·성폭행, 금품갈취의 비중은 작아졌다"며 "하지만 다만 피해 응답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는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 등 정서적 폭력 비중의 증가와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증가하는 추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 응답 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학교폭력 피해 유형별 응답 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조사 결과 학교폭력 가해 여부를 묻는 질문엔 학생 0.6%가 "있다"고 답했다. 가해 경험 응답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부터 꾸준히 줄었지만, 올해 조사에선 0.3% 늘었다. 피해 응답률처럼 가해 응답률도 초등학생(1.4%)이 가장 높았다. 학교 폭력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학생도 지난해 3.4%에서 올해 4%로 늘었다.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81.8%)도 2017년(78.8%) 이후 꾸준히 늘었다. 목격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30.1%)은지난해보다 0.4% 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해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교폭력예방교육지원센터장은 "지속적인 예방 교육으로 학교폭력을 민감하게 인식하게 된 학생이 많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 폭력을 목격했다는 비율이 늘고 방관했다는 비율이 줄어든 데 대해 성 센터장은 "학생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교육부는 전수조사 결과와 하반기 시행 예정인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2월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및 사이버 폭력 예방프로그램,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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