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 된 중국 관리들… 6개월 '실무 연수'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6개월간 미국 지방정부의 관리로 임명한다'.

지난해 9월 중국 쓰촨(四川)성 정부가 엘리트 관료 다섯 명에게 준 임명장 내용이다. 이들 다섯 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미국 미네소타주와 조지아주의 주정부 사무실에서 실제 미국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선진 관료 시스템을 체험했다.

지금까지 단순히 위탁 교육이나 견학에 머물던 공무원 연수 시스템을 '실제 근무'로 확 바꾼, 새로운 차원의 공무원 해외 연수다. 이들 관리는 17일 '미국 관리 체험 발표회'를 열고 "미국 관리로 6개월간 근무하면서 세 가지를 바꿨다"고 토로했다. 우선 쓰촨성과 중국 관리를 미국 땅과 미국 관리로 바꿨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고를 바꾼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연수자의 한 명인 류신(劉欣) 쓰촨성 상무국 부국장은 "진정으로 주민에게 다가가는 봉사형 업무가 무엇인지 이번 체험 연수 과정에서 절감했다"며 "앞으로 국내 행정에 새로 도입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들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가 미국 관리로 '임용'되는 길이 열린 건 2004년 10월 쓰촨성 당 조직부의 웨이훙(魏宏) 부장이 간부들을 이끌고 미네소타대를 찾은 게 계기가 됐다. 미국의 선진 시스템에 심취한 웨이 부장이 미네소타 주정부에 '정부 관리 임용형 연수'를 제안했다. 미네소타 주정부는 2005년 초 조사단을 쓰촨성에 파견해 '중국 공무원의 미국 공무원 임명'에 따른 절차를 협의한 뒤 연방정부의 최종 승인을 얻어 이 제도를 만들었다.

'임용형 연수'가 알찬 성과를 얻자 중국 정부도 이 제도에 주목했다. 쓰촨성 공무원들과 미네소타주를 함께 찾은 국무원 외국전문가관리국의 쑨자오화(孫照華) 국장은 이 연수를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의 장쩌광(張澤光) 공사는 "중국 관리들에게 실제 미국 공무원 생활을 체험시키는 것은 대단히 창조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