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브랜드 경쟁력]디지털 시대, 브랜드 경영의 본질에 집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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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디지털의 시대다. 금융·유통·통신을 비롯해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빅데이터·인공지능 등 ‘디지털로의 전환’을 표방한다. 이로 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물론 고객들도 어느 때보다 세상이 빨리 바뀐다고 느낀다.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한 나머지 조금만 방심하면 흐름에 뒤처질 것만 같다.

[기고] 김형범 한국생산성본부 융합서비스BU장(상무)

 그런데 한 가지가 우려스럽다. 현재 기업은 앞다퉈 서비스에 디지털 요소를 접목하고, 조직 차원에서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은 디지털 영역에서 어떤 브랜드가 특출한지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이 도입한 ‘챗봇’은 아직 사용자 입장에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간의 차별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기껏 투자했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으니 곤란한 상황이다.

 이는 기업이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방향성 확립’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따라 하는 데 급급해 모두 엇비슷한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면 어떤 방향 설정이 바람직할까? 일찍이 경영전략 분야의 대가인 Treacy와 Wiersema는 Harvard Business Review를 통해 시장의 리더는 ‘제품·서비스 혁신’ ‘운영 효율화’ ‘고객 친밀성 강화’ 중 최소 하나는 월등히 탁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어떤 전략에 집중할지에 따라 브랜드 성격이 결정된다.

 이는 디지털이 주도하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 이를 소비하는 고객은 바뀔 수 있어도,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성을 추구’한다는 브랜드 경영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이 운동화를 판매하는 상황에서, 나이키는 디지털 센서를 부착해 사용자가 운동지표를 측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제품·서비스 혁신’에 집중했다. 반면 아디다스는 고객의 발 모양에 최적화된 맞춤 러닝화를 개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단기간에 생산 가능한 ‘운영 효율화’에 주력했다. 모두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지만 선택한 방향에 따라 다른 길을 간 것이다.

 ‘제품·서비스 혁신’ ‘운영 효율화’ ‘고객 친밀성 강화’ 등 시장전략에 맞춰 디지털 혁신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을 때, 그 열매는 달콤하다. 고객에게 디지털 분야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리딩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면, 혁신의 방향키를 어디로 할지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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