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아버지 친분 교수의 '유엔인권센터' 인턴 특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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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후보자의 대학 동료가 운영한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인턴십 활동을 한 사실이 밝혀져 '불공정'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의 딸인 조씨가 인턴으로 활동했던 2009년 당시 센터장이던 정진성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국제인권전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조 후보자는 같은 위원회 위원장(2008~2010년)을 맡고 있었다.

정 교수 "조 후보자 딸, 지원한 줄도 몰라”

센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조 후보자 딸이 지난 2009년 인턴십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한 사실이 있고, 정당하게 지원해 합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센터 관계자는 “제네바에서 조씨 관련 소식을 접한 정 교수가 어제(21일) 센터에 연락해 ‘조 후보자의 딸이 인턴으로 활동한 게 사실이냐, 그런 애가 있는 줄도 몰랐다. 도저히 전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조씨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건 2009년이다. 프로그램이 운영을 시작한 지 2년째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등을 참관하고, 현지 인권 관련 국제기구 등을 방문하는 활동이 포함되어있다. 센터 관계자는 “조 씨가 참여한 인턴십 프로그램은 당시 인기가 많은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턴십 프로그램 선발 인원도 매해 늘었다. 운영을 시작한 첫해인 2007년 8명을 뽑았다. 2008년 11명, 조씨가 참여한 2009년에는 13명을 선발했다. 2010년에는 1, 2차로 나눠 각각 11명, 15명을 뽑아 운영했다.

“조씨 딸 면접과정 기억 안 나”

인턴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영어사용능력이다. 센터관계자는 “유엔 참관 등 영어를 쓸 일이 많아 읽기, 듣기, 쓰기 등의 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인턴으로 뽑혔다”며 “지원자들이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시험 점수와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 등을 적어 제출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인권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씨 평가기록이 남아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지나 자료는 폐기됐고, 설사 남아 있더라도 지원서 등은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평가는 서류·면접심사 등으로 이루어졌다. 센터 관계자는 “10년 전 일이라 기록이 전혀 없지만, 현재 센터에서 통상적으로 인턴을 뽑을 때 직원 3~5명이 포함된 심사위원단을 구성한다”며 “당시에도 복수의 심사위원이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것처럼 조씨 면접이 정 교수의 교수실에서 단독으로 진행됐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그때 상황이 달랐고 심사에 투입된 심사위원이 매해 달라 2009년 당시 면접이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당사자인 정 교수도 면접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기억하지 못해 답답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씨, 대학·대학원 지원자료로 인턴십 경력 활용

조씨가 활동한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십 프로그램은 2017년에 끝났다. 센터 측은 “베트남 등 이주여성 관련 사업이 커졌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운영비와 인력 등이 모자라 2년 전 중단됐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센터는 인권위와 상관없는 별도 사단법인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지원이나 국가지원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조씨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친 뒤 2009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주최한 ‘제2차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결과 발표 및 평가 토론회’ 참석해 발표를 맡기도 했다. 이후 조씨는 2009년 인터십 프로그램 참가경력을 2010년 고려대학교 수시모집과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지원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수시 입학 당시 이력서에 영문으로 ‘유엔 인턴십 참가 경험’ ‘유엔인권정책센터가 발간한 유엔 인권 책자의 번역’을 맡았다고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후보자 측은 “인턴십에 지원하여 활동하고 발표한 것뿐이며 정 교수와 후보자는 당연히 아는 사이지만 그것과 인턴 선발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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