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창출'에 노동계도 협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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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경제가 어려우면 분배도 악화된다.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분배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며칠 전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노동시장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선(先)성장-후(後)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인 분배 우선적이며 친노(親勞)적인 성향, 그리고 일부 전투적 노조의 과격 행동은 우리 경제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투자위축과 경기회복 지연을 초래했고, 그 결과는 '일자리 축소'와 실업자 양산으로 나타났다.

올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무를 경우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 활력을 잃고,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면서 경제난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 자명하다. 분배는 고사하고 쪽박 안 찬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의 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盧대통령이 당분간은 성장이 중요하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노동계에 적극 협조를 당부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정책선회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일자리 창출'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

盧대통령과 노동계의 만남을 계기로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노-사, 노-정 관계를 종식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을 열어야 한다. 우선 盧대통령의 실천이 중요하다. 실제로 규제를 풀고, 기업 의욕을 북돋워 주고, 불법에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노동계, 그중에서도 일부 투쟁적인 대기업 노조와 양대 노총 지도부는 한국 경제가 공생(共生)의 길을 찾는 데 협조해야 한다. 분배도 중요하다. 그러나 파이가 있어야 나눌 것 아닌가. 자신들의 행동이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2%에 불과하다. 투쟁적 인식을 주는 노조는 그중 '그래도 나은' 일부다. 이들 때문에 투자가 끊기고, 일자리가 줄어 훨씬 많은 노동자가 고통 받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