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운운하더니 더 높은 분양가 책정 정부, 집값 안정 의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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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7월 15일자 2면)

◆ 거품 경고는 어디 갔나=지난 14일 판교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채권입찰제 분양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비난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신모씨는 건교부 사이트에서 "정부가 입에 '거품'을 물고 집값 거품을 경고할 때는 언제고, 채권입찰제란 미명 아래 집 장사에 나서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집값에 거품이 30% 낀 게 맞다면 인근 시세의 70% 이하 수준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옳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분당 아파트 값에 거품이 끼었다며 2~3년이 지나면 가격이 20~30%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사용자명이 justalk인 네티즌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정부가 거품을 합법적으로 인정했고, 꺼지던 거품도 다시 살리는 정책"이라며 "그만큼 부동산 정책에 확신이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정부 집값 안정 의지 있기는 있나=판교 중대형 분양가를 둘러싼 반발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민들은 무엇보다 연일 거품을 경고하던 정부가 현재 집값을 사실상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했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한 네티즌(hongjungh)은 "버블 운운하던 정부가 한술 더 떠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집값을 잡겠다는 건지, 더 올리겠다는 건지 가난한 서민들만 울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나서서 집값의 저점을 높이니 서민들은 계속되는 양극화 정책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1122aeve)"는 의견도 있었다.

이모씨는 "혹시나 당첨될까 해서 계약금용으로 쓰려고 집도 팔았는데 높은 분양가를 보고 포기했다"며 "당초 판교 신도시를 서민용이라고 믿었던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비싼 판교 아파트 분양가 때문에 주춤하던 강남.분당의 부동산 값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에도 판교 분양가를 올린다고 발표해 분당 아파트 값이 급등했는데 이번에도 부동산 가격이 춤추는 것 아니냐(kth1985)"는 것이다.

건교부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정부 주장대로 집값이 하락하면 당첨자들이 손해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청약 당사자가 고려할 문제"라며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채권매입액을 낮게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채권매입액을 낮게 쓰면 떨어질 게 뻔한데 높게 쓴 사람들 들러리만 서라는 얘기냐"고 반박했다.

◆ 판교 중대형 얼마나 비싼가=건교부는 판교에서 전용면적이 25.7평을 넘는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분당 아파트 시세의 90%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분양가는 건설업체의 분양금액과 채권매입 손실액을 더한 것이다. 그러나 기준으로 삼은 분당 아파트 값이 올 들어 급등하면서 판교 분양가도 더불어 높아지게 됐다. 판교 44평 분양가는 8억4800여만원에 이를 전망으로, 분당의 같은 평형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보다 2400여만원이 비싸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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