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 '시키'서 독점하기로 사전에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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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샤롯데'를 장기 독점하기로 오래전에 결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샤롯데는 롯데 그룹이 10월 개관할 국내 첫 뮤지컬 전용 극장.

아사리 게이타(73.사진) 대표는 15일 일본 요코하마 시키 트레이닝 센터 개관을 기념해 한국 기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시키가 요청하지 않았으면 뮤지컬 전용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뮤지컬협회 측에서'시키가 한국 첫 뮤지컬 전용극장을 빼았았다'고 주장하는 건 잘못"이라며 "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을 15년에 걸쳐 설득해 뮤지컬 전용관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35년간 지인"이라며 친분을 강조한 아사리 대표는 "신회장이 전용관을 짓기로 하면서 조건으로 ▶첫 작품은 시키가 맡고 ▶극장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3년간은 계속 해달라고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샤롯데 측의 기존 설명과 상반된다. '시키 내정설'이 불거질 때마다 샤롯데 측은 "국내 제작자들로부터도 작품 제안서를 받았으나 심사 결과 시키의 '라이온 킹'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키만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아사리 대표도 지난달 7일 서울에서 열린 샤롯데 개관작 '라이언킹' 제작발표회장에서 "샤롯데는 절대 시키의 전용 극장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었다(본지 6월 8일자 25면). 당시 그는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 진출하는 것이며, 한국에서 번 돈은 모두 한국에 투자한다"고 잔뜩 몸을 낮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뮤지컬 프로듀서들에 대해서 쓴소리를 쏟아냈다. "디즈니는 '한국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시장규모가 너무 작다는 뜻). 이런 소리가 나온 건 한국 프로듀서들의 잘못 아닌가. 지금 한국뮤지컬협회는 시키 진출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너무 미약해 보인다. 그들의 반발에 신경 쓰기 보단 솔직히 '몇 시에 공연을 시작하느냐'가 내겐 더 중요하다. 거리 시위하지 말고 무대 위에서 승부하자".

이와 관련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회장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시키-롯데 밀약설'이 확인됐다. 롯데의 부도덕성을 집중 공격함과 동시에 시키의 한국 공연이 성사되지 않도록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 시키는 2년 전 한국에 진출하려다 국내 공연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요코하마=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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