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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안중에 없는 소셜미디어 장터

중앙일보

입력

A씨는 소셜미디어 마켓에서 5만원짜리 운동화를 주문하고 택배가 오기만을 고대했다. 배송 예정일이 한참 지나도 소식이 없어 확인해보니 게시글은 사라지고 판매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B씨 역시 소셜미디어에서 본 아이보리색 정장을 18만원 주고 주문했지만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 신청을 했다. 판매자는 “아이보리색 옷은 환불 대상이 아니다”고 거절했다.

환불 등 청약철회 안내 미흡 #거래 취소 기간 일방적 축소

인스타그램 등에서 물건을 파는 소셜미디어 장터에서의 거래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8일 6대 소셜미디어 플랫폼(네이버 블로그ㆍ네이버 카페ㆍ밴드ㆍ카카오스토리ㆍ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의 판매처 411곳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대다수 판매자가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18년 한국소비자원 접수 소셜미디어 마켓 피해 유형. 자료:한국소비자원

2016~2018년 한국소비자원 접수 소셜미디어 마켓 피해 유형. 자료:한국소비자원

이번 조사대상이 된 판매처는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사업자다. SNS에서 사업자 신고 없이 물건을 판매하는 개인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이들과의 거래는 소비자 보호 및 피해구제가 어렵다.

국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영업하는 판매자의 경우 조사 대상 266개 업체 중 1개를 제외한 265개(99.6%) 업체가 환불을 거부하고 있거나 청약철회 기간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환불 요청을 방해했다.

‘1대 1 주문제작’, 공동구매로 판매하는 물건은 환불이 어렵다고 하거나 법정 청약철회 기간(7일)을 자의적으로 축소한 사례가 많았다. 결제방식을 안내하고 있는 206개 업체 중 현금결제만 가능한 곳은 95개(46.1%),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업체가 52개(25.2%)였다.

해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있는 사업자(145개) 중에서는 청약철회 규정을 제대로 안내하거나 지킨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업자정보 제공 의무도 모두 무시했다. 조사 대상 업체 중 131개(90.3%) 업체는 결제방식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에 지난 3년(2016~2018년)간 접수된 소셜미디어 장터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은 총 169건에 달했다. 물품을 배송하지 않는 등의 ‘계약불이행’ 피해가 68건(40.2%)으로 가장 많았고, 환불해주지 않는 것 같은  ‘청약철회’ 관련이 60건(35.5%)으로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의류ㆍ섬유용품’에 대한 불만이 148건(87.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자율시정을 권고했다. 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지침 내 자율준수 규정의 신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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