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방위비 노골적 청구서 "한국 훨씬 더 내기로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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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총기 참사 지역인 오하이오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 방문을 위해 출발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이 북한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총기 참사 지역인 오하이오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 방문을 위해 출발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이 북한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한국시간) "한국은 훨씬 많은 돈을 낼 것이고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트위터를 통해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 데 이어 방위비 대폭 인상을 거듭 압박한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를 대폭 인상하라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동맹과 '거래외교'(transactional diplomacy)다.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실제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로의 인상을 밀어붙이려 의도란 우려도 나왔다.

협상 시작도 하기 전 50억 달러 인상 의도, #"미사일 작다"며 北 위협 방위비 대폭 증액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기 참사 지역인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 엘패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내가 합의를 했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미국에 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직 개시도 하지 않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이 타결된 것처럼 말 한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3만 2000명을 한국땅에 주둔하며 약 82년 동안 그들을 도왔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2만 8500명의 미군 규모와 1945년 9월부터 74년인 주둔 기간도 과장했다.

그는 "한국과 나는 그들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는 데 합의했고, 그들은 더 많이 내게 될 것"이라며 "관계는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수년 동안 내내 그것이 매우 불공정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그들은 훨씬 더 많은 내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한다"고 했다. 결국 한국이 대규모 증액에 합의해 동맹 관계가 좋아질 것이란 압박이다.

외교가에선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3일 방한해 요구한 올해의 5배 수준인 50억 달러 인상안을 밀어붙일 것이란 예고편이란 우려도 나왔다. 볼턴은 방한에 앞서 일본 방문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재 5년간 9465억엔(약 10조 3000억원)인 분담금을 5배 규모로 인상하라고 요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또 잇따른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을 "작은 것들(Smaller ones)"로 치부하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하면서 거꾸로 한국에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방위비 청구서를 내미는 모순된 행동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대북 외교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성과는 유지하고 싶은 동시에 동맹과 거래에서 수치로 업적을 남기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한국석좌는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막대한 증액 요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포함한 한·일 갈등과 더불어 북한의 도발에 직면해 동맹 간의 공조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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