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글에 눈길 한번, 그림에 눈길 두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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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흰 쥐 이야기

장철문 글, 윤미숙 그림
비룡소, 32쪽, 9000원

낮잠 자는 할아버지의 콧구멍에서 흰 쥐가 기어나온다. 할머니는 호기심에서 쥐의 뒤를 좇는다. 할머니는 웅덩이를 건너는 쥐를 도와주기도 하고 소똥을 배불리 먹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한다. 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신기하게도 할머니가 쥐를 따라간 내용과 똑같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가 꿈 속에서 들어갔다는 동굴을 찾아가 그 안에서 황금을 발견한다.

다 아는 전래동화를 다시 눈 비비며 읽게 만드는 힘은 그림이다. 갈색.노란색.검정색.파란색.흰색 등 다양한 종류의 한지로 바탕을 깔고 콜라주 기법과 석판 등을 썼다. 그 덕분인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묘한 맛이 느껴진다. 할머니가 쥐를 따라가는 초반에는 파란색과 검정색 위주로 다소 어둡게 가다가 황금을 찾으러 가는 과정과 마침내 부자가 되는 클라이맥스에는 노란색과 황금색으로 환하게 펼쳐지는 진행도 이야기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림을 맡은 윤미숙씨는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2004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았다. 그 실력과 열정이 잘 살아 있는 책이다. 다음 편이 기대되는 전래동화 시리즈다. 네 살 이상.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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