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회사가 '예스맨'만 원한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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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
제리 B 하비 지음, 황상민 해제
240쪽, 1만3000원

1974년 여름 미국의 한 경영학자가 텍사스 콜맨의 처가에 갔다. 그는 집에서 편히 쉬고 싶었다. 이 때 장인이 "에빌린에 가서 밥이나 먹지"라고 했다. 그의 아내가 맞장구치자 장모는 기다렸다는 듯 좋아했다. 그도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들은 왕복 170㎞를 달려 4시간 만에 돌아왔다. 식당은 엉망이었다. 집에 돌아온 뒤 분위기가 썰렁하자 그는 "그런 대로 맛은 좋았죠"라고 떠봤다. 그러자 장인.장모.부인은 일제히 "나는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분별력 있는 성인 네 사람은 아무도 가고 싶지 않았던 먼길을 갔다 온 셈이다. 조지 워싱턴대 교수인 지은이는 이 경험에서 "그때 왜 아무도 NO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기업에서는 이같은 일이 더 흔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에벌린 패러독스'의 다양한 사례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책을 감수한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자신이 만난 직장인들이 입버릇처럼 '회사 분위기가 권위적이라 힘들다'는 얘기만 하기에 갸우뚱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고 무릎을 쳤단다. 어느 조직에나 '근거 없는 두려움'이 있어 의사결정이 왜곡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황교수는 "조직 내 두려움은 '허깨비'인데 그런 분위기에 회사원들이 길들여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회의 때는 '다 같이 OK'라고 묵시적인 합의를 해 놓고, 술자리에서는 '난 NO였다'며 딴소리하는 직장인 심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경영학자의 '기업 내 의사결정론' 내용을 심리학자의 '인간 심리론' 시각으로 주석을 단 독특한 책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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