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log] "호나우두 월드컵 15호골 공 어딨소 ? " FIFA "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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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가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골(15골)을 기록한 '팀가이스트' 축구공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호나우두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경기장에서 벌어진 가나와의 독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5분 선제골을 넣었죠. 카카의 스루 패스를 받아 골키퍼 킹스턴을 헛다리 드리블로 가볍게 제쳐내고 오른발로 공을 밀어넣었습니다. 게르트 뮐러(독일.14골)가 갖고 있던 월드컵 통산 최다 골을 넘어 새 기록을 세우는 순간,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특별한 안내 방송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호나우두가 골 뒤풀이를 하고, 동료가 축하를 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죠. 주심이 곧바로 센터서클에 공을 갖다놓고 경기를 재개해 버렸으니까요.

월드컵에서는 한 경기에 13개의 공이 사용됩니다. 주심이 1개를 들고 들어가 킥오프를 하고, 12명의 볼 보이가 1개씩을 들고 있다가 공이 터치라인이나 골라인 아웃 되면 즉시 공을 안으로 던져주지요. 따라서 호나우두가 15호 골을 넣었던 공은 경기가 진행되면서 다른 12개와 섞여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그 공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더라도 특별한 표지가 없는 한 '15호 골 공'이라고 입증할 방법이 없는 거죠. 2002 한.일 월드컵 때 안정환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공은 당시 모레노 주심이 집어 사인을 하고 부심과 경기감독관의 서명도 받았기 때문에 '진품'으로 인정될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호나우두의 15호 골이 터진 사흘 뒤 국제축구연맹(FIFA)에 e-메일로 공개 질의를 했습니다.

"호나우두가 15호 골을 넣은 공은 세계 축구사에 남을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공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FIFA에서 보관하고 있다면 보여줄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하지만 아직까지 회신이 없군요. 정황상 FIFA나 브라질 축구연맹이 이 공을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관련 외신보도도 전혀 나오지 않았고요. 2002년 월드컵 때는 경기에 사용한 공을 개최 도시의 유소년 축구팀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호나우두가 세운 월드컵 통산 최다 골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역 선수로는 2002년과 이번 대회에서 5골씩을 넣은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10골)가 있지만, 28세인 클로제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6골을 더 넣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FIFA가 이 특별한 기록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프로야구에서는 통산 홈런이나 연속 안타 등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오면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간단한 기념 행사를 하죠. 축구는 흐름이 중요한 경기라서 야구처럼 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경기 전에 브라질과 가나가 "호나우두가 15호 골을 넣으면 안내 방송을 하고 주심이 그 공에 사인을 한 뒤 보관한다"고 합의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호나우두는 6만5000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을 것이고, 15호 기념 공은 세계 축구사의 보물이 됐겠죠.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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