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일새 세 번째 발사에도 트럼프 "단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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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유세를 떠나기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단거리 발사는 내게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유세를 떠나기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단거리 발사는 내게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북한이 2일 새벽 8일새 세 번째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시험한 데 "단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발언이다.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엔 "스몰 원"이라고 한 데 이어 또다시 개의치 않는다고 한 것이다.

"우린 단거리 미사일은 합의한 적 없다" #7월 25일 "작은 것들"이어 또 의미 축소 #폼페이오 "머지않아 실무협상 재개 낙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유세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북한이 약 일주일새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정은이 당신을 시험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상황이 매우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면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거리 미사일들이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결코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I have no problem)"고 덧붙였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지만,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고, 매우 일반적인 것들"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에도 김 위원장과 여전히 협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물론"이라며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을 결코 논의한 적없고 핵을 논의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다른 나라들도 그런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한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북한의 오늘 미사일 발사에 관한 공개된 보도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한국 및 일본 동맹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 정부 공식 입장은 지난달 25일 "단거리 발사체"→31일 "미사일 발사"로, 3차는 "한·일과 긴밀한 협의" 부분을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미사일 발사 20여 시간 뒤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다들 하는 작은 것(smaller ones)들을 시험한 것"이라고 했다. 이튿날 북한의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입장이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선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경고라고는 하지 않았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발사 때는 아무 입장을 내지 않다가 3차 발사에 입장을 다시 밝혔다.

대신 북한 단거리 시험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비난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31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들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진정한 외교가 언제 시작할지, 언제 비핵화 실무협상이 시작할지를 물어봐야 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이 잇따른 단거리 시험 발사에도 로우키, 절제된 반응을 내놓는 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 회의 직후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은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발표했지만 미국은 빠졌다.

태국 방콕 아세안 지역 포럼(ARF)에 참석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일 현지 회견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불참으로) 여기 방콕에서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한 건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그의 팀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날 수 있도록 파견하기를 바란다"며 "나는 머지않아 실무협상이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고 외교적으로 공식적인 방식으로 그들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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