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김두관·이종걸·우상호 경찰 출석…3차 소환에도 한국당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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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충돌 사건과 관련해 29일 서울영등포경찰서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김두관(가운데), 이종걸(오른쪽) 의원이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충돌 사건과 관련해 29일 서울영등포경찰서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김두관(가운데), 이종걸(오른쪽) 의원이 각각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이종걸·우상호 의원이 2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경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두관 의원은 "대한민국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며 "국회의원도 특권 없이 수사기관이 소환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 조사에 수차례 응하지 않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당이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했는데 본인들은 3차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다"며 "자기들이 고발한 만큼 국회의원도 당연히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이어 출석한 이종걸 의원은 "경찰이 공명정대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정치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밝혀주면 좋겠다"며 "국회가 빨리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한국당 의원들도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의 행동은 국민의 생각에 위반하는 것"이라며 "빨리 조사를 받고 정정당당하게 대하는 것이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출석한 우상호 의원도 "법안을 정상적으로 접수하려는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막은 것은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인데,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경찰의 소환 요구가 왔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을 고발한 (한국당) 의원조차 경찰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정말 괴이한 일"이라며 "소환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들도 특권 의식을 버리고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경찰 소환 요구에 맞춰 30일에는 김한정·신경민·이철희 의원, 31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 8월 1일에는 권미혁 민주당 의원이 출석할 방침이다.

반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 요구를 받은 이양수·엄용수·여상규·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이번주 출석하라는 경찰의 3차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은 여러 차례 패스트트랙 수사를 두고 '여당에 편향된 수사'라고 공격해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여당을 겨냥해 "사실상 경찰에 견학 한 번 갔다 오는 소위 '출석 놀이'로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방침을 정해주지 않는 이상 개별 행동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3차 소환 요구까지 거부할 경우 경찰이 강제 조사 수단을 동원할지도 주목된다. 경찰은 출석 요구에 3회가량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등 신병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 방안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하기가 어렵다.

한 국회 관계자는 "임시국회 개회가 논의되는 시점인 만큼 영장을 통해 체포에 나서기는 경찰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힘든 선택일 것"이라며 "여당이 성실히 경찰에 출석하며 한국당을 압박하는 만큼, 국민 여론의 변화에 따른 한국당 입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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